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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 생각
글 차영섭
먹을 게 없어서 아버지 손을 잡고
이 집에 시집 와서 남편은 군대 가고
시어머니 등살에 못살아 하도 못살아
호랑이 밥이나 될까 밥이나 되어버릴까
마을 밖 산 등성이 당산나무 아래로
앉아서 호랑이를 기다려도 기다려도
남편마냥 오라는 호랑이는 아니 오고
몹쓸 산 고양이만 와서 야웅~ 야웅~
집으로 가라는 소린가 보다 알아 듣고서
집으로 와서 산다는 게 이날 여태까지
어느 시골 할머니의 하소연이었다
새벽이 오면 새벽이 다시 오면 생각난다
우리 외할머니 이빨 빠진 합죽이 할머니
말이 바람에 날려 무어라 말씀하신지
알 수는 없어도 파도처럼 그칠 새 없어라
긴 담뱃대 털털 털며 법문을 외우시는지
말 끝마다 호랭이 물갈 놈 호랭이 물갈 놈
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이었다 호랭이 물갈 놈
물부리 한 번 빨고 담배통에 툭툭툭 목탁 소리
새벽 공기를 뚫고 귓전에 아롱아롱 아, 아롱~
아서라, 잊어라 잊어다오 호랭이도 없는데
호랭이 있어도 아니 물어 가는데 호랭이도 없는 지금
아서라, 잊어다오 호랭이 물갈 놈은 알지도 못해
너만 괴롭단다 괴로웁단다 합죽이 외할머니는 바람
지나가버린 바람이었고 소리만 남아서 오늘에 남아서
내가 외할머니 되었나 보다 그랬나 보다
소리 없는 호랭이 물갈 놈 그 놈은 누구였을까, 까
가까운 놈일까 먼 이웃 놈일까 가까운 놈 가까운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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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노후 생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