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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태안반도 기름 제거 봉사활동을 다녀와서 / 차영섭
태안반도 기름 유출 사고를 TV에서 방영할 때마다 왠지 마음 한 구석이
아려올 뿐만 아니라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기름 제거 활동을 보면서 온당치
못한 내 자신을 발견했었다. 언젠가 기회가 온다면 나도 참가하려던 참이었는데
마치 하남시 신장2동에서 버스 2대로 간다는 말을 듣고 흔쾌히 기회를 잡았다.
일기예보에 비가 온다고 했는데 비는 아니 오고 햇빛 찬란한 푸른 봄 하늘을 바라보며 서해로서해로 달려갔다.
일행이 도착한 곳은 태안반도에 있는 학암포 갯바위다. 버스에서 내려 노란 비옷과 초록 장화로 갈아입고 호미와 흡착포를 들고서 20여 분을 걸어갔고 거기서 로프 줄에 몸을 의지한 채로 급경사 지역을 내려 바닷가 검은 바위를 닦았다.
검은 악마가 할퀴고 간 날이 2007년 12월 7일이니 3개월 20일 만에 찾아간 샘이다. 가서 보니 한 주민이 스팀 세척기로 바위에 검은 때를 벗겨내고 있었고 몇 몇 지역 아낙네들이 시름없이 바위를 닦고 있었다.
언제나 옛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거나
수십 번 닦아냈다는 너의 몸은 그대로이고
아, 돌멩이를 하나 들춰 보니 검은 땀방울만 주렁주렁
다시 오겠다는 파도의 약속을 믿고 있다
생명은 강해서 게들이 기름을 머금고 꾸무럭거리는구나!
작은 고동들이 어이 살았는지 바위에 닥지닥지 붙어서
가까워지는 파도 소리에 힘을 얻고 있구나!
먼 바다는 푸르고 파도는 하얗고 바위는 까맣다
노란 옷을 입고 돌을 닦는 봉사자들도 검은 땀방울을 흘린다
기름과 바위와 봉사자의 마음이 어디선지 하나로 만나고
미래의 희망을 품고서 저마다 애쓰고 있으니
우리의 소원은 이루어지리라!
한 사람 한 사람 누구 하나 놀지 않고 열심히 닦고 있는
일행의 고운 마음에서 아, 이것이로구나!
이것이 우리의 저력이로구나!
나는 보았다 그리고 믿는다 우리의 힘을!
전쟁의 폐허로부터 벗어난 오늘의 영광을 이 갯바위 위에서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푸른 바다를 믿는다
비가 온다는 하늘은 푸르고 구름 한 점 없다
하늘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것을 믿는다
하루가 지나가고 내가 어제를 그려볼 이 시간에
어제 온다던 구름이 모이고 비를 내리고 있다
오늘 비가 이토록 초록초록 오니
바위들이 푸르러질 수 있을까
바람이 이토록 파릇파릇 부니
바위에 검은 그림자를 벗겨낼 수 있을까
아, 아직 태안의 먹기름은 떠나가지 않았다
모래 깊숙한 곳이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는
검은 기름들의 세상이다
언제 내가 우리 국토의 한 자락을 이토록 애절한 마음으로
쓰다듬으며 간절한 바램을 가져본 적 있었던가!
그날, 기름이 없는 그날까지 우리는
우리들이 저지른 죄를 씻어내야 한다.
저 바위들에게 다시 갈매기가 찾아오고
갯가재며 고동이며 조개들이 근심 없이 살 수 있고
지역 사람들의 울음 섞인 웃음이 아니라
순수한 기쁨의 웃음꽃이 활짝 피어나는 그날까지
찾자! 찾아가자! 잊지를 말고.....
태안을 찾는 무거운 발길이 가벼운 발길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일행은 그곳을 떠나왔다. 우리는 이렇게 오지만 남아 있는 주민들이 안쓰럽다.
그곳 주민들에게 따스한 봄은 언제 오려나!
언덕바지에 쑥들이 쑥쑥 자라는 봄이 그 사람들에게도 일찍 찾아주었으면 좋겠다.
바위가 검어서 슬픈 얼굴들이 아른거린다.
바위 구석구석에 밀어 넣어 두었던 흡착포들, 주변 여기저기 버려진 쓰레기들,
발길이 닿지 않아 아직도 기름투성이인 오지 등 이런 것들을 모아 모아서 방송을 통하여
계몽하고 발길이 계속 이어지도록 독려했으면 좋겠다.
늦었지만 이렇게 다녀오니 왠지 뿌듯하고 없던 보람을 느낀다.
어쩌면 이것이 바다의 건강이고 나의 행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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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에 대한 명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