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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정, 그 길을 밟아본다
글 차영섭
내 인생에 이사가 나의 운명이런가. 군대 생활하면서는 본의 아니게,
그 후로는 자의로, 참 많이도 돌아다녔으니까.
헤아려 보니 군복 입고 열여섯 번, 그 후로 아홉 번이다.
구약성경 창세기 편에 보면 아담의 족보가 나열 되어 있는데,
아담이 셋을 낳고, 셋이 에노스를 낳고, 에노스가 케난을 낳고, 케난이
마할린을 낳고…… 이런 식이다.
내 삶의 경로를 이렇게 더듬어 보련다.
광주에서 서울 태릉으로, 서울에서 광주로, 광주에서 강원 양구로,
양구에서 월남으로, 월남에서 강원 신수리로, 여기까지는 보따리 하나였다.
신수리에서 결혼을 했고 다시 양평으로, 양평에서 진해로, 광주로, 충남 연기로, 서울로,
원주로, 화천으로, 서울로, 경기 고양으로, 강원 신산리로,
다시 서울로, 광주로, 다시 서울로, 여기서 군대 생활을 마치고,
또 시작된다. 동빙고동에서 서초동으로, 구반포로, 잠실로, 태릉으로,
석계로, 묵동으로, 하남으로 광주로, 여기까지는 이사였다.
지금이니까 말 한 마디면 이삿짐 센터에서 척척 알아서 이사해 주지
1987년 이전에는 이삿짐 센터가 없어서 모든 살림살이를 직접 포장하고
운송하고 다시 찾아서 옮겨야 하니 얼마나 번잡스러운지 모른다.
내가 이삿짐 센터를 이용해서 이사한 것은 전역 후였으니, 열일곱
번째부터다.
장거리는 열차 화물로, 중단거리는 용달차에 맡겼고, 나머지는 우마차나 손수레를 이용해서
거기까지는 직접 갔다 줘야 하니 그게 보통 일인가. 주로 연말에 보직 변동이 생겨서 추울 때
이사를 자주 했었다. 나야 원죄를 지었으니 어찌 할 수 없다지만 아내가 불평 한 마디 없이 따라
주었으니 그게 고마워, 하도 고마워 이런 글을 쓴지도 모르겠다. 북방에서 남방 진해까지,
산골에서 바닷가까지, 전국을 벵벵 팽이처럼 휘돌며 돌고 돌아다녔다.
묘한 것은 한 번도 이사가 귀찮다느니, 싫다고 느껴보지 안 했고, 어쩜 때가
오면 은근히 어디론지 옮겼으면 하는 바람도 들었다. 다 젊음의 한 때라 생각이 든다.
요즘도 연말이 다가오고 눈보라가 치던 날이면 가끔씩 이사를 하던 이모저모가 생각난다.
웃음도 나오고 눈물도 글썽이며 아름답게 추억을 되씹어본다.
아내의 손과 가녀린 얼굴을 애처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나의 마음을 저 사람이 알까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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