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영섭 글 중에서 2
작성 : 승훈이 2015/03/05 15:4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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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계절
차영섭
새 순이 나고 꽃이 피고
나비가 되어 날아다니던
그런 봄이 있었지
용서하고 사랑하며
꿈이 새처럼 날던 그런 시절도 있었고
물 불 안 가리고 뛰어다니며
열정이 뭉게구름처럼 하늘을 치솟던
그런 여름이 있었지
천둥 번개를 치고 장대비 휘어 갈기던
찬란한 기개를 펼치던 그런 시절도 있었고
노랏노랏 잎이 물들고
토실토실 열매 영글던
그런 가을이 있었지
비우고 하늘처럼 청명해지며
그렇지만 단풍이 아름답게 별빛처럼 수놓고
저 창백한 허공을 바라보며
다시 탈피를 꿈 꾸고
고통을 인내하는 겨울을 생각하지
회춘을 믿으며
마음만은 꽃과 향기라고 우겨나 볼 거지
인생의 강물
/차영섭
봄을 만나지 않았다면
꽃을 피우지 못했을 것이고
여름을 만나지 않았다면
열매를 키우지 못했을 것이고
가을을 만나지 않았다면
열매를 거두지 못했을 것이다.
그때마다 너를 만나지 않았다면
오늘의 내가 없을 것이다
만남은 순간순간 이루어졌다
이어지기도 하고 끊어지기도 하지만
순간의 만남이 있었기에
내가 자라나는 것이다.
거기에 사랑도 있고 행복도 있고
내 마음 속에서
인생의 강물은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다
갈대의 강물이 저렇게 흘러가듯이...
조약돌 시 모음> 차영섭의 '조약돌' 외
+ 조약돌
조약돌에는
부드러운 손길이 있네
마르고 닳도록 쓰다듬은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이 있네
긴 세월을 두고 쏴쏴~
심금을 울리는 가슴이 있네
망치보다 강하고
세련된 힘이 있네.
(차영섭·시인)
눈물과 웃음 사이
어린아이는 끄덕하면 잘 웃고
끄덕하면 잘 운다
눈물과 웃음은 멀고도 가까운 사이
신이 준 고귀한 선물이다
눈물이 넘칠수록 기쁨이 피어나고
웃음이 넘칠수록 슬픔이 흘러내린다
눈물 속에 웃음이 섞여 나오고
웃음 속에 눈물이 섞여 나온다
벽시계 추처럼 울고 나면 웃을 일이
웃고 나면 울 일이 생긴다
눈물과 웃음은 사랑 속에선 함께 살고
우울을 없애주는 가장 좋은 약이다
눈물은 이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물이고
웃음은 이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바람이다
눈물과 웃음이 많은 사람은
맑은 물과 바람이 많은 산과 같다.
(차영섭·시인)
흙은 말한다.
.............
흙은 말한다.
나의 바이러스는 사람이다.
살을 도려 내는 아픔도 침묵으로 좋은 양식,
집과 옷을 주고 있다.
내가 꽃을 피우는데 꽃만 좋아하지?
사람들은 내 몸 팔아 돈을 챙기고,
내가 준 물질 한 마디 감사의 말도 없이
쓰다버린 쓰레기만 내 몸에 퍼붓는다.
그럴 때마다 아파 오는 고통을 아는가?
내 온 몸을 짜고 걸러서 시선한 나의 피를 주지만,
난들 어찌 영원할 수 있겠는가? 라고...
오늘 아침,
비에 젖은 흙에서 나는 어머니 젖내음 맡는다.
푸릇푸릇 싱그럽게 자라는 배춧잎을 보면서
너의 생명은 몇살이니?
두려움이 빗물에 젖어든다.
이제 어머니도 몸살이 났다.
나에게서 태어난 너
너의 생명은 나의 생명이다
생각 / 차영섭
생각이 문제야
잘 생각하면 좋은데
헛생각에 휘몰려 괴롭거든,
헛생각이 들어오지 못하게
문을 꼭꼭 잠가도
물이 새듯 들어와,
그래서 명상이나 참선을 하는 거여
이파리 하나에 시선과 생각을 몰입하고
심호흡을 하면서,
발은 따뜻하고 머리는 차가워지지
좋은 것은 향기처럼 날아가버리고
나쁜 것만 찌꺼기처럼 남아서
걱정을 일으키고
걱정을 하다 보면 그것이 집착이야
집착은 껌같이 끈적끈적해서
한 번 붙으면 잘 떨어지지 않아
좀 과하면 집착이야
사랑까지도 과하면 집착이 돼
훌훌 털어버리는 연습
크게 생각하는 연습
어지간하면 헛것이라고 치부해버리는 연습
인생은 결국 허무만 남는다는 연습을 통하여
가볍게 사는 습관을 들여야 해
생각을 줄여 최대한으로
그것이 가볍게 사는 거야.
내가 시를 쓰는 까닭은
차영섭
나는 왜 시를 쓸까
그림도 아니고 작곡도 아니며
드라마도 아닌 것을,
그럼에도 시에 애착을 가지고
시 속으로 깊이 깊이 빠지는 것은
그 까닭이 있다
나에게 시는
거짓나가 참나를 만나러 가는 통로이다
내 본연의 고요한 나를 만나
지금 이 순간의 평화를 찾기 위하여
나는 시를 사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