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유별 夫婦有別
글 : 차영섭
허공에서 밤하늘에 별처럼 떠돌아다니는 작은 입자들
火, 水, 木, 金, 土의 성분을 지닌 것들이 어떤 인연에 의해서 조건이 이루어지면 어떤 비율로 모여 당신은
달로 태어나고, 나는 해로 태어났으니 어찌 신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있으리오.
달이 해 될 수 없고, 해가 달 될 수 없는 이치로다.
달은 밤의 일을 하고, 해는 낮의 일을 서로 분담하여 하듯이 당신과 나도 그러하다고 보오.
망태기 안에 돌은 각각 있지 않소. 결혼했다고 해서 이 돌을 부수어 가루로 만든 다음 하나로 버무리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돌이 뾰쪽하지도 않고 너무 무겁지도 않게 적절한 관계를 가져야 버려지지 않을 것 아니오.
주종 관계가 아니라 동등의 관계로 존재함으로써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가운데 달과 해처럼 빛을 내며 세상을 밝히리라.
상대를 간섭하지 않으면 편안한 사람이 된다.
권리를 최대한 존중함으로써 삶의 자유를 확보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갈등과 오해는 간섭으로부터 나오고 간섭이라는 것은 남의 영역을 침범하는 행위가 된다. 간섭을 받으면
기분이 나빠져 협동하기 힘들어진다.
최대한 위임하는 남편은 사랑을 얻는다.
남편은 밖에서 먹이를 구해오고 아내는 안에서 먹이를 관리하는 새들의 부부를 보면 이해가 가리라. 일체를
위임하면 위임 받은 아내는 생활비 사용 결과를 조목조목 설명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지금 얼마
남아있는지 딱 한 마디만 듣고 수고 많았다고 말해 준다. 이렇게 하다 보면 나중에는 뜻이 같아져 저절로
내가 쓴 것처럼 아내가 쓰게 된다.
서로 성격이 다른 것은 당연한 이치다.
우주 만물이 하나도 같은 모양이 없고 똑같은 방법으로 살아가는 것이 없듯이 모습이나 성격이 같은 사람도
없다. 그것은 火, 水, 木, 金, 土 와 음, 양이 합해질 때에 난 시가 다르고 배합 비율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성격이 다르게 태어난다는 것을 알면 오해가 덜하고 쉽게 이해를 하게 된다. 얼마나 마음 편한
일인가! 상대를 나에게 맞추려 하면 도저히 맞출 수 없다. 오히려 나를 상대에게 맞추는 것이 더 현명하다.
나는 언제나 이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반성하면서 이 길을 택해서 간다.
부부 사이는 아주 가까운 거리다. 가깝다는 것은 편한 관계라기보다 오히려 퍽 어려운 관계를 의미한다.
보라, 세상의 불편한관계가 어떤 관계에서 벌어지는 지를. 그래서 부부는 툭 하면 싸우고, 칼로 물 밴 다음 또
툭 하면 싸우지 않은가. 물만 배면 다행이지만 자칫 나무를 토막 낼 우려도 있다. 아주 작은 것, 별 의미도 없는
것, 보잘 것 없고 지나쳐도 될 그런 것에서 의견 다툼이 벌어진다. 그래서 말을 조심해야 한다. 내 귀에 거슬리
더라도 참고 들어 줄 줄 알아야 한다. 사람이 다른데 앵무새가 아닌 이상 어떻게 내 생각처럼 말 할 수 있겠는가 . 나는 싸우고 나면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화를 풀어줄려고 한다, 하루를 넘긴 적은 없고 아내의 걱정
이 나의 걱정이란 생각으로 오늘 하루를 기분 상하게 보내지 않도록 서둘러 전화를 한다. 매듭은 위로부터 풀어야 한다. 잘 잘못을 따질 게 없이 일단 매듭부터 풀고 난 연후에 이러쿵저러쿵 얘기하기 위해서다.
아내를 신뢰하는 남편은 스스로 왕이 된다.
부부간에는 신뢰가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 무슨 일을 하던지 간에 하는 일을 믿어줘야 한다. 믿음이
없이 사랑이 있을 리 만무하고 사랑이 없으면 깨지고 만다.
상대에게 신뢰심이 가게 하려면 자기 행동이 옳아야 한다. 어떤 고생도 함께 하며 동고동락해야 한다.
밖에서의 어떤 행동도 의심하지 아니하고 마음대로 시간을 갖도록 협조한다. 서로의 시간을 통제한다는
것은 부자유스런 일이며 믿음이 없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 외에도 핸드폰이나 다른 일체의 사생활을
보장한다. 이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부부유별이 아니라, 부부차별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배우자를 비교하면 꽃이 지고 만다.
비교하겠다는 의식이 생기자마자 꽃잎은 떨어지고 사랑이 식는 최초의 단계로 진입하게 된다. 보이지 않았던
흠이 크게 보이고 아름답게 느꼈던 향기가 스르르 사라진다. 꽃이 꽃이라고 다 같은가. 다 같은 꽃이라면
얼마나 단조롭겠는가. 크고 작고 생긴 모양이 달라서 아름다운 꽃 아닌가. 절대 같을 수 없는데 같게 비교하는
자체가 잘 못이다. 생긴대로 그대로 봐야 한다. 그 자체를 부정하지 말고 긍정해야 한다. 이것에 만물의 다
양성의 묘미가 있다고 본다.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아름다운 꽃이 눈에 박히듯이 상대의 눈에 든 사람이 되어야 한다. 부인에게는 바위처럼 듬직한 남편이 되고,
남편에게는 꽃처럼 아름다운 아내가 되기 위해 부단한 관심과 부지함을 보여줘야 한다. 잠자기
전에 손발을 안 씻는다던지 용모를 갖추지 못한다던지 설거지나 집안 청소 등 집안일을 돌보지 않는 게으
름은 눈에 가시가 된다. 흠이 되는 것은 감추며 필요한 비밀은 서로 유지함이 상대에 대한 예의이고, 진실로
위한다면 때로 거짓말도 할 수 있다고 본다. 속이기 위한 거짓말이 아니라 편하게 해주기 위한 거짓말은
괜찮지 않을까.
서로 용기를 북돋아 주는 보살핌이 뒤따라야 한다.
실패는 있어도 포기는 없다는 말이 있듯이 재기할 수 있는 힘은 진정한 위로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한다.
당신을 위한다면 무엇인들 못하겠는가라는 진정한 용기를 갖도록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 구름이 뭉쳤다가
흩어지고, 흩어진 구름이 다시 뭉치듯이 부부란 그런 관계가 아닌가 싶다. 어찌 보면 둘인데 하나같고, 달리
보면 하나인데 둘 같은 알다가도 모를 그런 사이라고 생각한다. 이 세상 어느 누구로부터의 인정보다도
가장 받고 싶은 사람은 배우자로부터의 인정이 아닌가. 부부는 서로에게 본향이 되어야 한다. 연어가
멀리 떠났다가 회귀하듯이 부부도 일탈했다가 결혼 초심으로 속히 돌아가 회귀해야 한다.
함께 하는 시간을 자주 가져야 친해진다.
어떨 땐 서먹서먹한 경우가 있다. 한 동안 소원해지면 이런 현상이 생긴다. 그래서 함께 유흥을 즐기는 시간
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같이 바이킹을 자주 한다. 주로 새벽녘에 강가에 나가 봄에는 새들이 지저
귀고 물고기들이 솟아오르는 한강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여름에는 망초 꽃이 만발하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뻗치는 억새 사이로 개구리 울음 소리에 장단을 맞춘다. 가을에는 알록달록한 코스모스 길을 따라
들국화 향기를 맡으며 더 없는 기쁨을 맛보기도 한다. 집안에서 보다 밖에서 기분 전환이 잘 된다.
집에서는 하루에 두세 번씩 간단히 돈내기 고스톱을 하는데, 하면 웃을 일이 생긴다.
좋아하는 연속극을 시청한다든가 영화나 여행을 즐기는 방법도 있다.
가까운 사이라고 방심하면 안 된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속담이 있듯이 너무 믿고 소홀하면 가까운 거리가 멀어지기 마련이다. 멀어지면
사랑이 식고, 사랑이 식으면 실망하게 된다. 밖에 일도 중요하지만 가족을 돌보는 일을 잊으면 더 큰 것을 잃
는다. 밖에서 즐기는 것은 행복이 아니라 쾌락이요 행복은 가정 안에서 샘물처럼 솟아오른다. 한 번은 어떤
일로 아들 며느리 아내와 불쾌한 일이 있었는데, 나는 가족이 앉아있는 그 자리에서 공언했다. “ 너희 어머니
를 힘들게 하는 절대 있어서는 안된다.”고.
그 말이 자기의 위상을 높여줬는지 그 후로 몇 번이나 그 말을 자랑 삼아 하곤 했다. 엄포가 아니라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살았다. 나무가 열매를 다 떨어트리고 나면 빈 가지만 남듯이 가족도 애들이 다 출가하고
나면 남는 건 두 노부부 뿐 아니가. 부부는 자기에게 가장 필요한 사람이고 이 세상 끝까지 가장 오래도록
남아 있을 노을이다. 아주 쉬운 이치인데 사람들은 이 걸 잊고 산다. 서로 존경하며 흠까지도 귀엽게 사랑하
며 살아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충분한 대화를 해야한다.
대화는 빛이다. 얼었던 관계를 녹여준다. 상대의 말을 무우 자르 듯 뚝 잘라버리면 아니 된다.
여자는 태어날 때부터 남자와 다르다. 남자는 결론부터 말하기를 좋아하고 여자는 서론과 배경부터 말하기를
즐긴다. 미로를 찾아가는 것처럼 길고 긴 여정의 말을 끈기있게 들을 줄 아는 남편은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러냐고 따지면 안된다. 여자는 남자와 다르다는 것을 잊으면 실패한다.
여자는 말을 즐기며 말로 스트레스를 푼다. 말이 유희다. 말만 잘 들어도 여자로부터 매력 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 사람 관계에서는 어떤 매력을 지니고 있어야 끌림 현상이 일어난다. 매력이 고갈되면 이반현상이 일어
난다.
자연은 모두 서로 거래를 하며 존재한다.
홀로 존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거래를 하면서 더불어 사는 것이다. 홀로 사는 풀과 나무가 어디 있으며,
물방울이 홀로 있는 물이 어디 있겠는가. 공기 입자가 홀로 있는 바람이 어디 있으며, 섬 같은 데 홀로 사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내가 내쉰 공기를 저 풀이 들이마시고, 저 풀이 내쉰 공기를 저 새가 들이마시고, 저
새가 내쉰 공기를 다른 사람이 들이마시고, 그래서 내가 다시 들이마시고.....아, 세상 만물은 이렇듯 주고 받으며 생존하는 것이다.
부자간에도 거래요 사랑도 거래요 거래 아닌 것이 없다. 거래를 정확히 해야 믿음이 간다.
이것이 인간관계의 초석 아닐까.
부부란 하나도 아니요 둘도 아니다. 하나 됐다 둘 됐다 다시 하나 되는 관계다.
수평선은 하늘과 바다의 경계로 가느다란 실오라기 한 줄이듯이 부부도 그러하다. 하늘도 푸르고 바다도 푸르고 하나 같지만 하나 아니요 둘 같지만 둘 아니다.
누구 하나가 가뭄에 시달리면 단비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산다면 어떤 파도가 몰아쳐도 좋은 사이로 남을 것이다. 잠깐이면 끝나는 인생, 서로 위하고 불쌍히 여기며 오늘을 살아야 한다. 행복이란 네 잎 크로버처럼 어디에 있는 걸 찾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아늑한 마음, 아늑한 부부, 아늑한 가정에서 행복을 누리기를 바란다.
나는 강이 되고 그대는 물이 되어 바다에 이르기까지 흐르련다.
나는 강
당신은 물
우리는 강물로
흘러요
가끔씩 당신이 넘쳐서
나를 힘들게 할지라도
나는 다 받아
담을 거예요
나는 당신이 한 때 흐려도
이내 맑아지리라는 것을 알아요
아름답게 부드럽게
당신은 물 나는 강.
행복한 부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