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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끝날
글 차영섭
8월의 끝날이라고 했는데 어찌 끝날이 있을까.
계속 이어지는 날에서 끝날이 시작하는 날이지.
오늘은 일요일, 하늘이 어둡고 여름을 갈무리하고 가을을 맞이하려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 나는 컴퓨터 자판기를 두드리며 창작시詩를
정리하고 있었다. 어딘지 마음 한 구석이 허전했는데,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섬진강 주변으로 드라이브 가자고. 부랴부랴 일을 끝내고 주섬주섬
옷을 걸친 채로 친구를 만나서 산천구경 갔다.
고등학교 동창인 친구와 이런 여행은 처음이다. 분별이 없고 장자의 자유
사상을 좋아하는 호연지기, 덕德의 향기가 솔솔 풍긴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차는 어느덧 담양이 이르렀다. 우리가 처음 간 곳은 이 친구의 고향 마을이었다. 어릴 적 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대밭을 끼고 도는 골목길을 지나서 산 속으로 깊숙한 자리엔 선조께서
한양에서 내려와 풍류와 함께 여생을 보내신 곳이었다. 단종 시혜 사건으로
단종의 스승이셨던 선조께서 낙향하셨다 한다.
다시 그곳을 떠나 정읍으로 가는 길에 있는 밀재에 이르니 무등산이 한눈에 바라보였다. 친구는 어릴 적 순창에 모신 선조 묘소에 갈 때 저 산 아래로 걸어서 이 길을 걸었다고 추억담을 쏟는다. 차를 몰아 북흥이란 마을을 돌아서 정읍과 임실에 걸친 옥정호를 휘돌아 섬진강 변을 드라이브 한다.
자동차도 드물고 사람도 드물고 한적한 강변의 길을 따라서 자연이 내뿜는 숨을 다시 들이마시며 이야기 꽃을 피우는 시간이 즐겁다. 우린 주로 옛 추억과 인생에 대한 자기의 생각과 다른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되 자연에
대한 화두가 나올 땐 말에 빛이 반짝거렸다. 친구는 자연을 무척 사랑하고 있다. 사랑한다기 보다는 자기 몸의 일부로 간직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임실군 강진읍에 이르러 점심을 하기로 했다. 섬진강에서 나오는 다슬기국으로 메뉴를 정했다. 오랜만에 시골에서 밥을 먹는다는 게 흥미로웠다.
아니나 다를까 피래미를 무우에 넣고 약간 맵게 요리해서 나왔는데 어릴 때
하천에서 물고기를 잡아 반찬해 먹던 추억이 엊그제 같았다. 막걸리 한 사발에 다슬기 국물을 들이키며 먹는 점심이 찬 감미로웠다. 술을 즐기는 친구는
운전이 있으니까 딱 한잔만 했는데 아쉬움이 그리움이 되에 얼굴에 서려 있었다. 다시 우린 못다 본 섬진강변을 달렸다. 어느 시인이 살았다는 생가 마을 입구엔 느티나무 두 그루가 시를 읊으며 서 있었고, 애들과 자연을 관찰하며 교육을 시켰다는 섬진강의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나는 모른다. 친구가 가자는 대로 설명하는 대로 따라만 다녔다. 천담리란 데를 지나서 구담리龜潭里란 곳에 이른다. 산 중턱에 자리 잡은 채 20여 가구도 안 되는 아담한 마을은 한 눈에 좋았다. 새로 지은 정각이 든든한 앞 산을 바라보고 굽이굽이 휘돌아가는 섬진강을 내려다 보는 마을이다. 느티나무며 귀신을 쫓는다는 또 무슨 나문가 하는 큰 당산나무가 있는 곳엔 영화를 촬영했다는 글자도 새겨져 있다. 어린 소녀가 정각에 홀로 앉아 있다.
어린 소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에 예뻐졌다.
사진을 찍자고 해서 찍었고, 다시 또 사진을 찍었다. 초등학교 3학년이란다.
컴퓨터가 없으나 친구 집에 있다고 하고, 이메일은 없으나 친구 것은 있다고 해서, 내 이메일 주소를 건냈다. 나에게 이메일이 온다면 사진을 보내 줘야겠지. 아주 아름다운 마을을 떠나서 다슬기를 잡으러 간다. 이미 차를 도로가에 세워놓고 서너 명씩 아낙네들이 고개를 물속에 넣고 다슬기를 들여다 보고 있었다. 우리도 까만 비닐 봉지를 들고 강으로 내려 가니 물들이 모여서 만들어 놓은 바위 위에 그림이 대단했다 요강 바위라고 흐르던 물이 소용돌이쳐서 바위에 긴 구멍 뚫었다. 물이 돌아돌아 다시 돌아 구멍을 판 흔적도 고스란히 그려져 있다. 물의 힘이 참 대단하구나! 조각품을 저렇게 남기다니, 하는 생각에 바위 위에 이끼가 미끄러워 친구가 넘어졌다.
안전한 곳으로 자리를 옮겨 다슬기를 잡는데, 다슬기들이 야행성이라 낮에는 어딘가에서 숨어 잠을 자나 보다. 몇몇 마리 바위에 올라 쉬고 있는 것을 잡았다. 다슬기도 이름대로 슬기가 많은가 보다. 잡으려 하면 어느새 알아채고 바위에 딱 붙어있던 힘을 빼고 스르르 굴러 도망간다. 슬기로운 다슬기, 참 우습다. 친구와 내가 차에서 자연을 많이 칭찬했는데, 아마 우릴 바라보던 나무며 바위며 물들이 그 칭찬을 듣고 많이 기뻐했을 것이다. 친구도 기분 좋고, 나도 기분 좋고, 자연도 기분 좋아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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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를 되돌아 보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