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이 건강이다
글 차영섭
우리 집 뒤에는 말발굽 같은 나지막한 산이 있다.
왼쪽으로 가도, 오른쪽으로 가도 빙 돌아 다시 나의 집으로 돌아오는.
수녀원을 지켜주는 부용산 너머로 가면 2시간 정도 산의 품에 안긴다.
산을 오르는 게 아니라 산의 품에서 산의 온기를 받으러 매일 간다.
내가 산에 가면 정수리만 생각하고 가지 않는다.
방향은 있되 목표는 없이 발 끝에서 머리 끝까지 오르며 내리며
정을 나누며 친한다.
화두 하나와 메모지를 지니고, 생각하며 걸으며 운동하고 명상하고
산에서 사는 친구들과 대화한다.
걸으며 하는 운동은 온몸 두드리기다. 머리와 얼굴 부분은 꾹꾹
눌러주고 참빗으로 빗듯 쓸어주고 콕콕 손끝으로 두드려준다.
어깨로부터 발 아래로 손바닥으로 오장육부를 수백 개씩 돌아가며
두드린다. 서서 하는 운동은 주로 팔과 다리를 쭉쭉 펴는 스트레칭이다.
앉아서 하는 운동은 심호흡과 명상이다.
하늘을 보며 깊게 들이쉬면 온 하늘이 내 몸 속으로 들어오고,
소나무를 보며 깊게 들이쉬면 솔잎과 그 향기가 모조리 들어온다.
여기서 자연과 일치를 이룬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렇게 된다.
그리고 천천히 들이쉴 때보다 느리게 몸 깊은 곳에 있는 찌꺼기를 내쉰다.
명상은 나를 잃어버림으로써 나의 본성으로 돌아가는 것이니, 잊을 수
없는 내 스승이다. 일상 생활 언제 어디서나 명상을 사랑한다. 명상은 심한
파도를 가라앉히고 나를 고요한 숲 속으로 데리고 간다. 앉아서 조각구름을
타보기도 하고, 앉아서 별에 올라가 보기도 하며, 작은 이슬방울 속으로
들어가 보기도 한다.
잊고 생각하며 끊임없이 화두를 꺼내어 부지런히 메모를 한다.
그것이 하루 분 나의 숙제인 시를 쓰는 것이다. 걸으면 집에서 보다 더
두뇌 활동이 활발해진 것 같다. 뜬금 없는 것이 어디서 오는지 몰라도
찾아든다. 소나무 줄기에 귀 대이고 물 흐르는 소릴 듣고, 빨간 작은
겨울 산의 열매를 보면서 산새들이 먹어주기를 바라는 그 나무의 애틋한
마음을 읽기도 한다. 가볍게 가볍게 아랫가지를 썩히며 우듬지만 푸르게 자라는
소나무의 지혜를 배우고, 낮달을 보며 해에게서 소외당한 슬픔을
엿보기도 한다. 산은 살인 흙과 뼈인 바위로 조화를 이뤄 억조창생(億兆蒼生)하고,
뒹구는 낙엽을 밟으며 버려짐의 미학을 그려본다.
산의 품에서 오순도순 이심전심으로 통하는 무엇이 있다.
산과 나 사이에는 침묵의 언어가 있고 들리지 않는 노래가 있어서 좋다.
산의 품 안에서 나를 찾고, 산의 품을 벗어나면 나를 잊는다.
그래서 나는 매일 나를 찾으러 산에게 간다. 가서 낙엽을 쓸듯이 내
마음을 쓸며 닦으며 깨끗이 청소를 한다. 산에서 깨끗이 하고 내려오면
더럽혀지고 그것이 나의 일상인가 보다.
|
행복 찾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