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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합격 후의 기쁨
글 차영섭
오랜 군대 생활을 마치고 54세에 퇴역했다. 생도생활부터 34년간
푸른 제복을 입은 샘이다. 아직 힘은 팔팔한 것 같은데 일터가 사라졌으니
막연했다. 무엇을 할까, 망설인 끝에 작품 사진을 배워 취미 하나를
배워보기로 했다. 사진 학원에 다니면서 촬영, 현상 인화까지 기초를 다지고
야외 촬영을 하면서 재미를 붙였으나, 왠지 허전한 마음을 가눌 수 없었다.
그래서 비상기획관 시험을 보기로 작정했다. 비상기획관은 정부 부처나
중 대기업에 전시 임무 수행을 위해서 편성된 직책으로서 영관급 장교가
전역 후에 일할 수 있는 자리다. 전역하는 장교는 많고, 공석은 적어, 소정의
시험 합격자에 한해서 보직을 준다. 그때는 더욱이 IMF 때라 공석이 줄어서
분기마다 시험 보는데 공석이 없을 때도 있었다. 연령 제한, 3회까지
시험 자격 제한으로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딱 한 번의 기회 밖에
없었는데, 공석이 있는지 없는지도 몰라서(공석은 알려주지 않음)
공부를 계속해야 할지 어쩔지 막연했다. 며느리는 한 집에 살지,
공부한다고 2년 여 책가방 메고 다녔지, 나에겐 어려운 시절이었다.
노느니 염불한다고 나는 공부를 계속했다. 아침 8시부터 저녁 5시까지
꼬박 2년이 넘도록 구민회관엘 다녔다. 일종의 작전으로 인식하고 간첩이
들어오면 일망타진한다는 굳은 각오로 철저히 시험 전선에 임했다.
내 이름을 생각도 아니하고 쓰듯,
모든 시험 범위를 이 잡듯 뒤졌다. 서론부터 결론까지 모조리 모조리.
상식, 논술, 법률, 군 과목까지 많은 범위를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술술
외울 때까지 여러 번 습득했다. 내 공책 첫 장에는 언젠가 연애 편지 쓸 때
그랬던 것처럼 바를 정(正)자를 그려가곤 했다. 아마 30번은 더 보았으리라.
드디어 시험 일자가 잡히고 나는 흥분된 기분으로 시험을 치렀다. 아주 기분
좋게 자신 있게 보았다. 시험 그 다음 날 오전 11시에서 12시 사이에
합격자에 한해 집으로 전화 통보해 준다고 했다. 시험을 보고 집으로 와서
다음 날 11시까지 하루가 얼마나 길던지, 스트레스가 쌓여 침대에 누워 있으면
등에서 식은 땀이 흥건했다. 난생 처음 이런 시험을 본 것이다. 아마 가장으로서
무언 중에 책임감 때문 아니었을까. 내가 아무리 시험을 잘 보았다 손 치더라도,
경쟁 상대도 동기 동창 아니면 자신 있다는 사람들이 모여
한 판 승부를 가리는 건데, 만만치 않았다. 시나브로 결정의 순간은 다가왔다.
아니나 다를까, 전화 벨 소리가 그렇게 반가울 수야!! 천사를 만난 희열을 느꼈다.
그 덕분에 모 회사 비상기획관으로 3년 6개월을 근무했다.
최선을 다하면 어둠 속에도 빛이 있고, 막다른 골목에도 길이 보이더라.
그 후 시인으로 등단하여 여태껏 많은 작품 활동을 하며 보람있게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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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건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