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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지혜
글 차영섭
자연은 참으로 오묘하고 또 오묘해서 자연을 닮으며 사는 게 현명하겠다.
자연은 가진 듯 버린 듯하다.
낮이 되면 무엇이 있고 밤이 오면 가진 것을 다 버린 듯하고, 나무가 열매를 달았다가 떨구는 걸 보면,
가졌다고 뽐내면 질투하는 사람이 생기고, 빈털털이다고 징징 울면 가까이 오기를 꺼려하니 가진 듯 안 가진 듯 사는 게 좋겠다.
자연은 깨끗한 듯 더러운 듯하다.
청청 맑은 하늘인가 하면 새까만 먹구름이 모였다 헤어지는 걸 보면,
아무리 닦아도 이내 먼지가 끼어 항상 깨끗할 수는 없고, 더러운 게 없으면 저항력이 약해져 오히려 병에 취약하니까, 어느 정도는 더러워도 묵인하고 살아야겠다.
자연은 홀로인가 하면 더불어 있고, 더불어 있는가 하면 홀로 있다.
한 점 빗방울이 모여 더불어 바닷물을 이루고, 다시 홀로 빗방울로 흩어지는 걸 보면,
사람도 홀로 있으며 나(我)와 더불어 있고, 사람과 더불어 있으면서 나 홀로 있음으로 밤 하늘에 별들이 반짝이듯이 살아야겠다. 들녘에 풀들이 섞여 살고 산에 나무들이 섞여 살듯이 그렇게 홀로와 더불어를 즐겨야겠다.
자연은 있는(有) 듯 없는(無) 듯하다.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 했듯이 있는 것이 없는 것이고, 없는 것이 있는 것이다.
내 몸이 이 세상에 있다는 데만 치중하면 생명에 집착이요, 그렇다고 없다는 데만 치중하면 허무하기 짝이 없으니, 살아 있을 때 잘 살고 돌아갈 때 후련히 돌아갈 줄 알아야겠다.
자연은 똑똑한 듯 흐리멍덩한 듯하다.
날씨가 맑을 땐 모든 것이 선명하지만, 날씨가 흐리고 안개 낄 땐 모든 사물이
흐리멍덩하게 보인다.
너무 똑똑한 척하면 갈구는 사람이 많아지고, 너무 흐리멍덩하면 인간 취급을
아니하니 때로는 똑똑하게 때로는 흐리멍덩하게 처신하는 게 좋겠다.
이렇듯 자연은 하나도 아니요 둘도 아니다.
하나도 둘도 아닌 것은 많다. 부부가 하나인가 둘인가.
젓가락이 하나인가 둘인가. 오른손 왼손을 하나라 보는가 둘이라 보는가.
던진 것과 안은 것을 어떻게 보는가. 추운 날씨와 더운 날씨를 둘로 보는가.
직선과 곡선이 별도의 것인가. 남성에게 여성이 없고 여성에게 남성이 섞여있다고 보지 아니한가. 능선과 계곡이 별도의 것인가. 요와 철(凹凸) 하나인가 둘인가.
이러하거늘 자연의 성질을 잘 알아서 우리 삶도 자연에게 배우며 자연처럼 산다면 얼마나 좋으랴.
행동에 모남이 없고, 두루 안아줄 수 있으며, 적이 없을 게 아닌가.
또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아니하고 균형과 조화를 이루며 변화와 생멸에 잘 적응하리라 생각된다. 서로 간에 친한 듯 소원한 듯 숲에 나무처럼 좀 떨어져서 관계를 유지하면 오히려 효과적일 것이다. 너무 밀착하면 떠밀리고 너무 떨어지면 아에 관계가 단절되니까.
자연은 한 군데 머물지 아니하고 부단히 움직이면서 무엇을 만들고 없에고를
반복한다. 이것인가 하면 저것이고 저것인가 하면 이것이다. 일정한 형상이 없다.
그래서 가물가물하다고(玄) 할까. 가물가물한 사람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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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야 나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