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약돌
조약돌에는
부드러운 손길이 있네
마르고 닳도록 쓰다듬은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이 있네
긴 세월을 두고 쏴쏴~
심금을 울리는 가슴이 있네
망치보다 강하고
세련된 힘이 있네.
(차영섭·시인)
어린이 / 차영섭
어린이는
하늘에서
이 땅에 떨어진
천사의 꽃씨이다.
꽃씨가
움트고
자라서
걸어다니는
자랑스러운 꽃이다
사과나무 배나무 / 차영섭
봄에
사과나무에 사과꽃, 배나무에 배꽃이 피었지
여름에
사과나무에 사과, 배나무에 배가 열려 무럭무럭 자랐지
가을에
사과는 빨갛게, 배는 노랗게 익어갔지
사과나무는 사과만 하면서,배나무는 배로 튀기면서
한 평생 살았지
그러다가 겨울이 오자
사과나무나 배나무나 맨 손으로 서 있지.
좋은 친구가 되려면 /차영섭
수학 문제가 술술 풀리면
가슴이 후련하죠?
친구 간에도 마찬가지여요
내가 푸는 거죠
자존심을 감싸면 안 풀려요
갈등을 풀지 않고서
가슴에 쌓아두고 살면
무거워서 날 수 없는
그게 고통이어요.
문제를 푼다는 것은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거예요.
"내가 잘못했다."고
" I'm sorry " 라고 거침 없이
기다리지 말고 내가 먼저
그런 말 하면 서로 기분 좋아요.
봄 여름 가을 겨울 / 차영섭
봄은 사랑의 계절
개구리 맹꽁이 물새들 노래를 하고
모든 생명이 탄생을 하는
참다운 사랑이 사랑이 있지.
여름은 성장의 계절
사랑으로 태어난 생명들이
무럭무럭 자라나 청년이 되는
아름답고 푸르른 열매가 있지.
가을은 결실의 계절
성장을 멈추고 속으로
속으로 익어서 완숙해지고
모두 모두 군자가 되지.
겨울은 정리의 계절
갖출 것은 갖추고 버릴 것은 버려서
새 봄 오면 새 생명을 위해
힘찬 도약을 준비하는 심판이 있지.
인생에는 유소년 청년 장년 노년
하루에는 아침 낮 저녁 밤
봄 여름 가을 겨울은
언제 어디에나 있는 거지 있는 거지.
가을 새벽 / 차영섭
새벽 별이 때르릉 종을 치면은
멀리서 햇님이 다가오고요
햇님이 다가와 어둠을 사르면
너도 나도 하나 둘 눈을 뜨지요.
숲 새 한 마리 지그시 눈을 뜨면은
팔다리 기지개를 쭉쭉 펴고요
찍찍 짹짹 새벽을 알리면
여기 저기 하나 둘 잠을 깨지요.
풀숲 귀뚜라미 이른 새벽에
날이 밝았다 새날이 왔다
귀뚜르 귀뚜리 울어대면은
여치도 찌르르찌르 따라 울지요.
듣고 있던 달맞이꽃 화가 났는지
안절부절 어쩔거나 어찌할거나
하나 둘 셋 넷 꽃대궁 떠나
노랑나비 훨훨 날아가네요.
실바람 낙엽 / 차영섭
가랑잎 한 잎 두 잎 세 잎 네 잎
나무야 안녕~안녕~ 손을 흔들 때
실바람 살랑살랑 불어오면은
얼른 바람을 올라타고 날아가지요.
한 잎 두 잎 세 잎 네 잎 땅에 떨어져
우리는 같은 친구 부등켜 안을 때
실바람 살랑살랑 불어오면은
얼른 바람을 올라타고 뒹굴어가지요.
함께해요 / 차영섭
서로 다투거나 왕따하지 말고
우리 함께해요
비웃지도 성내지도 말고
우리 함께 웃어요.
함께 웃으면
홀로 웃는 것보다 풍요로워요
공부도 놀이도
함께하면 배로 잘 해요.
손 맞잡고 얼굴 맞대면
미움도 사라지고 기분 좋아져요
함께해서 우리 하나 되어요
새들도 함께 살고 물고기도 모여 살잖아요.
개미도 함께 일하고
벌들도 함께 일하잖아요
우리도 함께 일해서
총총히 빛나는 별 되어요.
솔방울(동요) / 차영섭
솔솔 솔바람이 불어서
솔솔 솔방울이 떨어져
얼씨구나 다람쥐 좋아라고 물었네
어찌하나 어쩔거나 가시에 찔린 다람쥐
펄쩍펄쩍 쩔쩔 매고 우네요.
우리는 콩알 친구 / 차영섭
콩깍지 속에는
다정하게 다정하게
콩알들이 있지
콩알 속에는
남몰래 꼭꼭 숨어서
둘이서 있지.
우리는 콩알만한 친구지만
언제나 언제나
사랑의 싹잎 하나를 품고 있지
우리는 둘이서 하나 되는
아무나 낄 수 없는
친구지 다정한.
겨울의 하늘 / 차영섭
봄의 하늘이 어머니라면
겨울의 하늘은 아버지입니다
때로 아름다운 눈꽃도 내려주시고
가끔은 너무 얼지 않게 햇살도 주시지만
봄 오면 강한 자로 태어나기 위해
매서운 심판을 내리시는 그런 분이십니다.
겨울 아버지는 추위라는 회초리를 들고서
냉정하게 참아내는 훈련을 시켜
약한 자는 낙오시키고
강한 자를 봄의 마당에 출전시킴으로
자손 만대로 훌륭한 민족을 키우는
현명한 지혜를 가지신 그런 분이십니다.
횡단 보도 /차영섭
횡횡횡단 보도 건널 땐
뜀뜀뛰어가면 안되지
걸걸걸어가야 좋아요
횡횡횡단 보도 건널 땐
오오오른쪽을 보다가
중중중앙선을 넘으면
왼왼왼쪽을 보아요.
개나리와 제비 / 차영섭
겨울 동안
남십자성으로 여행 갔던 제비
돌아와
빨래줄에 앉은 것처럼,
남쪽나라에 갔던 개나리
찾아와 줄기마다 앉아서
지지배배 지지배배 노란 웃음소리
봄뜰을 누비네.
고사리 손 / 차영섭
이른 봄볕이 채 영글기도 전에
깊은 산골에 고스란히 발돋음 한
고사리가 손을 꼬옥 쥐고 있다
토실토실 아기 손가락 발가락이
살그머니 쥐고 있다 펴는 고사리 잎
엄마 손밖에 아무것도 쥐지 않은 손
천사 같은 저 손으로 무엇을 할까
작은 소망 하나 쥐고 있을까
내 소망이 영근다 고사리 손에서,
겨울 나무 / 차영섭
얘들아, 나무 좀 볼래
옷을 다 벗어 던지고
추운 나라로 가고 있잖아
거기 가서 추위에 견디는
훈련을 마치고 돌아올 때에는
봄꽃으로 웃으며 돌아온단다.
또 하나의 소리 / 차영섭
달걀에 귀 대이면
삐약삐약 병아리 울음 소리
겨울 소나무 아래 서면
쓰르람 쓰르람 매미 울음 소리
겨울 들녘을 걸으면
흙속에서 개구리들이 두른거리는 소리
해가 솟아오르면서
달보고 가지말라 부르는 사랑의 소리
봄 방귀 / 차영섭
아빠 방귀는 뿌우웅 뿡~
엄마 방귀는 부우웅 붕~
아기 방귀는 뽕.. 가죽피리 소리
자랑삼아 멋 부린
아빠 방귀는 뻥튀기 냄새
참다참다 못 참은
엄마 방귀는 무슨 냄새?
시냇물 방귀는 뽀롱뽀롱~
새싹 방귀는 푸릇푸릇~
땅의 방귀는 아질 아지랑이~
봄에는 봄들에는 뽕뽕뽕~
방귀소리 새싹 돋는 소리
방귀는 뭐니해도 보릿방귀지만
겨울 내내 참아참아 나온
봄 방귀가 최고지 최고지.
거미집 / 차영섭
거미 한 마리가 나무로 기어오른다
어디다 집을 지을까 두리번거리다가
어느 가지 끝에 앉아서 바람을 기다린다
바람은 내가 지을 방향으로 불어야 한다
이 바람도 아니요 저 바람도 아니요
마침내 기다리던 바람이 분다
이 때다 싶어 엉덩이에서 줄을 줄줄 풀며
몸을 날린다 낙하산마냥,
옆 가지를 붙잡고 줄을 맺는다
그 줄을 타고 다시 원위치로 간다
또 다시 바람을 기다린다
그런 식으로 집의 기둥을 설치하고
기둥 사이로 망을 돌돌 돌며 엮는다
집을 다 짓고 한쪽 구석에 숨어서
줄이 흔들리기만을 기다린다.
색연필과 친구 / 차영섭
우리 반 친구들은
필통 안에 색연필
모습도 성격도 색깔이 다르다
순이는 빨강
옥이는 초록
난이는 황토
철이는 하양,
셋이 모이면
꽃나무가 되어
꽃송이를 맺고,
철이는 흰나비가 되어
펄펄펄 날아다닌다
꽃도 좋아하고
나비도 좋아하는
아, 우리는 아름다운 색연필.
아름다운 산수 공부 / 차영섭
더하기는 채움이요
빼기는 버림이요
곱하기는 욕망이며
나누기는 공생입니다
괄호는 다발이고
분수는 나눔이며
소수점은 아, 소수점이란
끝없는 인생입지요.
느림보 달팽이 / 차영섭
느릿느릿 느림보
가냐자냐 달팽아
비만 오면 나오니
미끌미끌 타느냐
어딜어딜 혼자서
친구 찾아 가느냐
엄마 심부름 가느냐
저기저기 자전거
어서어서 움직여
내 가슴만 조인다.
낮과 밤 / 차영섭
낮엔 흩어지고
밤엔 모인다
낮에는
식구들도 집 밖으로 나가고
밤에는 집 안으로 들어온다
낮엔
별들도 하늘 밖으로 나가고
밤엔 하늘 안으로 들어온다
낮엔
생각들도 머리 밖으로 나가고
밤엔 머리 안으로 들어온다.
눈이 오면 나는 좋아라 / 차영섭
눈이 오면 나는 좋아라
모든 길이 지워져서 나는 좋아라
남이 만들어 놓았던 길
하냥 뒤따라가기만 지겨워라
백지 위에다 그림을 그리듯이
새롭게 내가 개척하는 길!
내 발자국을 따라오는 강아지 같은
저 길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눈이 오면 나는 기뻐라
과거를 깨끗이 지우고
새로운 마음으로 새롭게 그리는
발자국 모자이크가 나는 좋아라
종달새가 안 보인 까닭은 / 차영섭
* 시마을 추천시
둥지를 낳을
청보리밭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좀 더 높이 올라
구름 위로 둥지를 옮겼을까!
개똥벌레 / 차영섭
밤하늘에서 별똥별 떨어지면
풀밭으로 가자
거기 별똥별이 개똥벌레 되어 난다
잡아 보면 별의 냄새 나고
날아다니면 춤을 춘다
8월의 밤에는 별을 줍자.
굼벵이의 인내력 /차영섭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굼벵이만 닮아라
몸 굴리는 기술
하나뿐이지만
인내력 하나로
날개를 달고
하늘을 훨훨
나는 것을 보아라.
눈사람 1 / 차영섭
밤새 하얀 별들이 내려와
반짝반짝 빛나는 눈사람
옷을 입지 않아도 부끄럼 없는
부처보다도 더 하얀 눈사람
연지곤지 바르고 네가 웃으면
나도 웃는 하얀 눈사람
얼마나 착했으면 겉과 속이 희냐
얼마나 비웠으면 그렇게 평화로우냐.
눈사람 2/ 차영섭
밤은 깜깜,
누가 오나 보다 사락사락
아침에 일어나 보니
하얀 마당엔 발자국이 없네
하늘에서 온 하얀 사람은
발자국도 없이 내려올까!
내가 대신해서 하얀사람을 만들어야지
눈을 뭉쳐 굴려굴려서 덩치를 만들고
두 눈을 만들어 나를 알아보게하고
코를 다듬어 내 살 냄새를 알게 하며
귀를 붙여서 내 목소리를 듣게 해야지
입도 예쁘게 초콜릿을 받아먹게 하고,
둘이서 친구를 하며
올 겨울을 신나게 놀아야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