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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십리를 찾아서 / 차영섭
8월 장마가 마침표를 찍을 즈음에 십리길을 울어운다는
완도 신지에 있는 명사鳴沙십리를 간다.
이른 아침에 굵은 소낙비가 내려서 등산은 힘들겠지만
처음 가는 곳이라 설레임으로 광주의 집을 나선다.
버스 차창에는 구름 방울이 내려앉아 바람결에 휙휙 지나가는 방울들이
보란듯이 살아있음을 보여주려는 것만 같다.
월출산 봉우리 마다 구름은 쉬어 머물고, 파란 벼논에는 비에 씻겨
맑은 햇살이 눈 부시다.
차는 파도를 타듯 흘러흘러 옛노래 가락에 흥겨운 듯 춤을 춘다.
시골에 농사 지을 사람 없다 하나 다행이 노는 땅이 없이 잘 가꾸어져 있다.
진흙길 자갈길로 어릴 적 같으면 온종일 가야 하는 이 길이었는데,
큰 길이 작은 길 되고, 구부러진 길이 곧은 길 되어 세상 많이도 변했구나
하고 실감한다. 고려 청자의 고장 강진을 지나고 다산 정약용 초당이 보인다.
마을이나 강변 경치 좋은 곳엔 정자가 반지 마냥 끼어져 있고,
실로 금수강산이다.
이 강산이 좋아 구름도 하늘로 올라갈 채비를 하지 않는다.
산에는 나무들도 몰라 보게 자랐는데, 저 나무들 중 리키다 소나무는
참 아쉽다. 쓸모없이 자라는 나무는 언젠가 쓸모 있는 나무로 일대 산나무의
개혁이 이루어져야 하리라. 남창을 지나 육지의 땅끝에 점 하나를 찍고
남창교와 완도연륙교를 건너니 섬이 섬 아니다. 완도라는 푯말이 보인다.
요즘은 섬들이 발가락 손가락처럼 몸에 붙어 있으니 섬과 육지의 구별이 없다.
완도에 들어서니 백일홍 아가씨들이 도로가에 도열을 하고 있다.
섬에도 저수지가 땅 그릇처럼 물을 담고 있다.
얼마 안가서 동상 하나가 바다를 호령하고 늠름하게 서있다.
청해진 명장 장보고의 동상이란다.
신지대교를 지나고 일행은 물하태에서 내려 뒷골산장이란 간판 있는 쪽으로
산행을 시작한다.
오른팔에는 파도 우는 바다를 끼고 왼손에는 상산 봉우리를 잡고
나즈막한 산길을 조심스레 걷는다.
바다에선 뱃고동이 부르고 산에선 목놓인 외로운 산새 울음 들린다.
깊지 않은 계곡물이 바다로 들어선다. 내륙 같으면 강을 지나 먼 길을
가야 할 물이 여기선 바다가 지척이다. 맹물이 짠물을 만나는 것도
즐거운 일인가 보다.
샛노란 참나리가 듬성듬성 제법 군락을 이루고 있다.
보통 참나리는 분홍에 갈색 점들이 박혀 있는데, 이 참나리는 호박꽃처럼
순노랑이다.
작은 마루를 넘으니 모래가 울고 있는 소리 들리고 그 꼬리가 십여 리다.
비가 와서 해수욕 준비가 안되어서 긴 등산 바지를 입고 파도에 다가선다.
제법 높은 파도가 밀려오고 가고를 반복한다.
파도에 대항해서 앞으로도 옆으로도 껴안아서 그런지 오히려 몸이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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