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길을 걸으며
글 오영록 시인
거리마다 쌓이는 낙엽
밟으면 바스락바스락 다 부서져도
아파하지 않음은
온전한 자신을 이루었음 이란다
그럼에도 애착하지 않고
생명의 끈을 놓는 용기로
정갈한 겨울나무를 완성 시키는 나뭇잎
여름내 푸른 잎을 위해
이른 봄부터 아우성친 뿌리를
잎은 아는지 포근히 덮고 있다
서로가 보듬냄이 아름다워
나무의 상처인 옹이를 택하여
들어가 보기로 했다
물관 부분이 봄과 사뭇 다르다
가지 쪽으로 가는 표피쪽 물관이 사막처럼 말라있다
나무의 골수 같은 곳까지 들어가 보니
찬란한 빛과 뜨거운 열기가 흐르고 있다
잎으로부터 돌려받은 푸른 엽록소가 수로관이 아닌
이곳으로 모여 뿌리로 가고 있다
여름의 열기와 햇빛, 바람 그리고 비
풀벌레소리며 연인들의 속삭임 까지
모두 담아 뿌리로 전해지고 있다
나뭇잎이 푸른빛을 다 주고 햇빛이 투과되어
붉게 보이고 있던 것이다
이른 봄 뿌리는 성장을 멈추고
가지와 나뭇잎을 위해 물을 길어 올리던 뿌리의
성장기가 되었나 보다
땅속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뿌리의 촉수는 바위며 모래며 심지어 살아있는
개구리며 지렁이를 피하여
새 여름의 크기만큼 뻗어야 했다
빈 나뭇가지도 바빴다
겨울이 오기 전에 여름 내
뻗어 놓은 가지의 방향도 측량해야 하고
높이와 넓이를 알아서 전해야
뿌리가 그 만큼의 새 여름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뿌리의 촉수를 따라가 보았다.
망치질 소리가 들린다,
개구리가 집이다
방수는 잘되는지, 난방에는 이상이 없는지
갑자기 철거될 일은 없는지
혹 지렁이의 갈비뼈라도 다칠까봐
영역을 넓히면서도 조심조심
슬금슬금 뻗어야 하는 뿌리의 하얀 촉수
갑자기 사방이 부산해 졌다
쿵쿵
혹, 집이 무너지지 않을까
촉수가 눌리지는 않을까
연인들이 사라지고야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저들
낙엽 길을 걸을 때는 조심해 주세요.
저들은 깜짝 깜짝 놀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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