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 꽃 / 차 영섭 아침 햇살을 머리에 이고 호박 꽃은 긴 몸 땅 위로 달리고 오이 꽃은 긴 몸 하늘로 치솟아 날으네 샛노란 오엽의 오이 꽃은 호박 꽃 닮았는데 하얀 털 부숭부숭한 다리 쭈욱 쭉 뻗으며 양팔을 들고 잡힐 듯 잡힐 듯이 다람쥐처럼 녹쓸은 철조망을 간신히 붙잡네 놓칠세라 전화선마냥 아에 몸을 똘똘 말아 붙이고 철조망 넘어 북녘으로 가려나 오른손 왼손 번갈아 기어오르네 오이 꽃은 어머니 아름다운 노래를 들으면 젖이 많아진다는 너. 노오란 어머니는 파아란 아기에 젖을 물리고 캥거루마냥 아기를 몸에 붙이고 평생을 사는 어미 꽃은 이제 서서히 입을 다물고 말이 없네. 뚝! 한 점 흙으로 돌아가는 저 헌신을 보라 피로써 밭을 지켜 온 용사여! 사랑의 정열이 뿜어나는 노랑 꽃인데 꽃이란 명패도 없이 초야에 묻혀 황혼길을 걷는 오이 꽃 한 송이.
동시 모음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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