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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전반기 유적지 답사
글 차영섭
5월 13일 수요일, 서산 일원으로 유적지 답사 가는 날은 어제까지만 해도 궂은
날씨였으나 오늘은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준다.
버스 2대로 정시에 출발하였고, 문화원장과 이사를 포함하여 낯익은 원생들이 여간
반가운 게 아니다. 얼마를 갔을까, 준비된 음식과 과자류가 분배 되었고, 이어서
사무국장의 답사 사전 설명이 있었다. 준비를 많이 했는지, 일목요연하게 설명이
학술적으로 진행됐고 원생들이 답사하는데 많은 사전 지식이 되었다.
나는 나대로 여느 때처럼 답사 후기 작성을 위해 꼼꼼히 준비하였다.
충청도 서산으로 향하는 차창 밖은 푸르고 다시 푸르러 신록의 산과 들이 그지없이
흥분되었고, 이렇게 아름다운 강산에서 산다는 것이 새록새록 자랑스러웠다.
문득 한국전쟁이 머리를 스치고 전쟁과 평화란 대조적인 생각이 한층 애국심을 불렀다.
잘 지켜야 해. 암, 그렇고말고. 선조님들의 피땀 흘린 조국애가 오늘을 사는 우리 후손들
에게 행복을 안겨준 만큼 우리도 다시 후손들에게 아름다운 나라를 대물림해야 해.
북한의 산은 옛 어렸을 적 우리 산처럼 발가벗고 있다는데, 우리의 산은 청년처럼 푸르러
그 기상이 하늘같다. 농토도 잘 정리되어 있고 이제 모심기를 하기 위해 무논이 벼를
기다리고 있다. 오늘 답사는 서산 일대에 보원사와 용현리 마애삼존불, 그리고 개심사와
정순왕후 생가를 비롯하여 해미읍성과 천주교 순교자 유적지를 돌아볼 것이다.
보원사지
통일신라시대 불교의 중심지인 서산의 중앙에 자리하고 있다.
천 년이란 긴 세월의 흔적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백제계의 양식 기반 위에 통일신라시대와 고려 초기 석탑 양식을 고루 갖춘 오층석탑과
통돌을 장방향으로 만든 석조, 법인국사의 생애가 기록된 법인국사탑비, 큰 불교 행사가
있을 때 불기나 행사기를 다는 당간을 세우기 위한 당간 지주, 법인국사 탄문의 사리를
모시기 위한 부도탑인 법인국사탑 등 5점의 보물을 본다.
보원사지 오층 석탑은 통일신라-고려조의 전형적인 석탑으로 2단의 기단 위에 5층의
탑신을 올린 형태다. 1968년 석탑 해체 보수시 4층 탑신부에서 사리장엄구가 발견되었다.
하남 동사지의 오층 석탑과 비슷하다. 탑 위에 긴 철주가 있는데, 철주에 장식품은 일제
강점기에 사라졌다 한다.
보원사지 법인국사탑은 법인국사 탄문의 사리를 모시기 위한 부도탑이다.
법인국사는 968년에 광종으로부터 왕사에 봉해졌고, 974년 국사로, 975년 보원사로 돌아와
입적함에 따라 부도를 만들어 사리를 안치하였다.
보원사지 석조는 직사각형 대리석으로 물을 담아 그릇을 씻고 쌀을 씻어 밥을 하는 등
싱크대 역할을 했다.
보원사지 당간지주는 기도나 불교의식 때 부처와 보살의 성덕을 표시하는 기의 깃대를
지탱하기 위하여 세운 두 개의 받침대이다. 당간의 규모가 사찰의 규모다.
보원사지 법인국사탑비는 법인국사 탄문의 생애가 기록되어 있다.
임금 경종의 지시로 978년에 세워졌다. 귀부, 비신, 이수가 완전하게 남아있는 보기 드문
대형 비이다.
보원사지 불상은 1m 50cm로 철불이며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 중이다.
금동여래 입상, 철조여래 좌상, 철불 좌상, 강댕이 미륵불이 출토되었다.
보원사지는 서산과 예산 사이, 용현계곡에 있으며 주변엔 용현자연휴양림과 덕산도립공원이 있다. 옛날엔 왜구들의 주요 침투로로 이용되었고 서해에서 육지로 가는 길목이었다.
가로수가 하늘을 덮어 숲터널을 이루니 무릉도원에 온 듯한 기분이었다.
보원사는 최치원의 글에 의하면 신라시대 절이라 하지만 삼정불이 백제의 것이니
백제의 절로 보는 게 타당하리라. 건물은 언제 소실되었지 모르며, 터는 상당히 넓었다.
용현리 마애 삼존불
두 번째 답사지로 용현리 가야산 절벽에 있는 마애삼존불로 갔다.
보원사지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숲으로 우거진 아름다운 길이었다.
네 칸짜리 기와집 한 채가 나왔고 이곳을 관리하는 사무실이다.
건물 뒤에 암벽이 있는데 사철나무가 암벽에 딱 붙어 기어오르는 모습이 바위와의
깊은 인연이 있는 나무로 보였다.
불이문(不二門)을 통과해서 지근거리에 삼존불이 있다.
불이문은 해탈을 뜻하기도 하고 부처도 중생도 하나란 뜻이기도 한다.
마애란 인바위에는 천 년 동안 백제의 미소를 보여 주는 세분의 보살이 있는데,
중앙이 아버지요 좌측이 어머니며 우측이 아들을 의미하며 과거, 현재, 미래를 뜻하기도 한단다. 삼존불 앞에 집을 지어 비가 맞지 않게 관리하였으나 미소가 가려져 지금은 철거하였다. 우측 보살은 팔이 훼손당했다. 오후가 되면 그늘이 삼존불 얼굴에 그늘이 져서 미소가
사라진다 한다. 깊은 계곡이어서 우거진 숲에 고요한 불상이 그지없이 편안하게 보였다.
개심사
개심사로 가는 도중에 항우 목장을 보았다. 40만 평의 산을 개간하여 목초를 키우며 한우를 2,500마리나 키우고 있다. 우리나라 한우 종자 생산지 역할을 한다.
충남 4대 사찰중의 하나이며, 4대 사찰은 서산의 개심사, 예산의 수덕사, 공주의 마곡사,
부여의 무량사이다. 개심사는 가는 길은 언제나 편안하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라는 유행가가 절로 떠오를 만큼의 넓고 푸른 목장, 간혹 산비탈에서 목격하게 되는 한가롭게 노니는 소떼의 모습, 산자락을 따라 펼쳐진 저수지 들이 어우러지는 이국적인 정취를 즐기며 주차장에 도착하면 우선 번잡하지 않아 좋다. 여느 이름난 절의 입구는 유원지를 방불케 할 정도로 혼잡스러워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경우가 제법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곳은 정겹게 붙어 있는 조그만 가게 몇 개, 잘해야 시골 아주머니들이 펴는 좌판 몇 개가 전부이다. 거기에 펼쳐진 물건은 또 얼마나 소박하고 향토적인가. 물건을 사지 않고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뭔가 포근해지는 느낌이다. 산사 쪽으로 옮기는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것은 주차비도 입장료도 따로 받지 않기 때문이다. 사소한 것에 분노하고, 때론 작은 것에 마냥 기뻐하는 내 입장에서는 도착부터 작은 선물을 받은 듯 뿌듯한 느낌이다.
혜감국사가 창건하고, 백제 의자왕 때 개원사라 하였으나 개심사로 개명했다. 산불이 나서
성종 15년에 재 건립한 절이다.
300살 배룡나무가 자랑스럽게 서 있고, 청벚꽃과 왕벚꽃나무가 꽃을 지우고 있었다.
대웅보전과 아미타불이 보물로 지정되었으며 3개는 개방하지 않고 있다.특이한 것은 대웅보전 기와에 연봉을 닮은 감로수병이 모양과 색깔이 각각 다르게 있었다.
청기왓장 하나가 용마루에 있는데, 그것은 왕실의 후원을 받았음을 상징한다.
정순왕후 생가
정순왕후 생가는 조선 시대 영조 계비인 정순왕후가 태어난 집이다.
정순왕후는 오흥부원군 김한구의 맏딸로 영조의 정비인 정성왕후가 승하하자 15세의 나이로 왕비에 책봉되었다. 서산시 해미면과 음암면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유계리 마을회관 인근에 위치하고 있다. 서쪽으로 소심산이 위치하고 동쪽으로 낮은 구릉이 펼쳐 있는 평지 마을이다. 경주 김씨의 집성촌이다. 이 집은 김씨 시조인 김홍욱이 효종에게 하사 받은 집이다. 대문채와 사랑채로 나눠 있고 완벽한 ㅁ자형 배치다.
집은 깔끔하게 잘 정비되어 있으며 보기 드문 정원수를 심어 보기에 고요하고 아름다웠다.
조선시대에는 바닷물이 바로 마을까지 들어와 해변 마을이라 할 수 있으나 지금은 부촌으로
전 서산 시장였던 후손 김기현의 문패가 달려 있다. 여행객들에게 여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해미순교성지
해미는 조선시대에 충청병마절도사영이 있는 곳으로 전략적 요충지로 태종 7년(1406)에 정해현(貞海縣)과 여미현(餘美縣) 두 현을 병합하면서 만들어진 이름이다. 서해안 방어의 군사요충지였다. 1578년에는 이순신 장군이 이곳에서 병사영의 군관 [훈련원봉사(訓鍊院奉事)]로 10개월을 근무한 곳이기도 하다. 해미읍성은 둘레 길이가 1.8㎞, 넓이는 대략 2만여 평쯤 된다. 5m 높이의 성벽이 2m 남짓한 두께로 둘려 있어 쭉 따라 걸으면 한 시간쯤 걸려 서산 시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산책코스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름다운 해미에는 슬픈 역사가 서려있다. 이곳은 수천의 무명의 천주교 신자가 생매장 된 곳이기 때문이다. 해미성지는 1866년의 병인박해 이후 1882년 사이에 진행된 천주교 박해 때 충청도 각 고을에서 붙잡혀온 천주교 신자 수 천 명이 순교한 곳이다. 순교자의 숫자는 병인박해 당시의 해미진영의 공식 보고문서에 의하면 1천명이 넘는다고 한다. 양반이나 사대부층 신자들은 충청감사가 있는 공주나 홍주(지금의 홍성)으로 이송되어 재판을 받았지만 힘없는 농민 등 서민층 천주교 신자들을 주로 해미읍성 서문 밖에서 처형하였는데, 그 인원이 너무 많아 일부는 해미천에 던졌거나 일부는 논에 구덩이를 파고 생매장하였다고 전한다. 이와 같은 사실은 1935년 범바로 신부에 의해 해미읍성 밖의 벌판에서 순교자의 유해와 유품이 발견되면서 세상에 다시 알려졌다.
처형 방법도 잔인하게 진행되었다. 사약, 몰매질, 교수형, 참수형은 기본이고 돌다리 위에서 팔다리를 잡고 들어서 메치는 자리개질과 여러 명을 눕혀 놓고 돌기둥을 떨어뜨리는 방법 등 잔인한 방법도 동원되었다. 해미천 옆에는 이렇게 생매장당해 죽은 이름 없는 순교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하여 높이 16m의 '해미순교탑'이 건립되어 있다. 해미를 지칭하는 여러 말이 있다. 해미성지는 솔뫼처럼 해뫼라고 불리기도 하고 여숫골 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 이유는 박해당시 형을 당하는 신도들이 예수와 성모마리아를 부르며 기도를 했는데 주민들이 ‘예수’라는 소리를 (여수, 여우의 충청도 사투리)로, ‘마리아’ 라는 소리를 머리로 잘못 알아듣고 이곳을 여숫골이라고 불렀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해미에서 천주교신자에 대한 박해와 처형이 유도 많은 이유는 이 지역이 조선시대 충청도의 5개 병영 중 하나인 호서좌영이 설치된 곳으로 호서좌영장을 겸직한 해미현감은 내포 일원의 전략적인 중요성을 명분으로 삼아 국사범을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권한을 소유하고 있었으며 병인박해시에는 토포사가 파견되어서 천주교 신자들을 재판 권한을 행사했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해미 성지는 1985년 본당이 창설되고, 신도들의 모금으로 1998년 말에 생매장 순교 성지를 약 7천 평 확보하였고, 2003년 6월에 기념 성전을 건립하여 순교자들의 유해를 모셔놓고 있다. 해미순교성지는 대성당, 소성당, 순교기념전시관과 신자들을 묶어서 거꾸로 못에 빠뜨려 죽인 장소인 진둠벙, 신자들을 짚으로 만든 줄로 묶어서 곡식을 타작할 때 사용하는 자리개질로 처형한 장소였던 자리개돌, 순교자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만든 순교자탑, 무명선교자의 묘 등으로 구성되었고 해미읍성 옥사에는 신자들을 철삿줄로 매달어 처영했던 호야나무가 서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서문 밖 순교 터, 거머리바위 등의 유적지도 들려야할 곳이다. 순교자들의 재판을 담당 했던 해미읍성의 동헌부터 해미 시내를 거쳐 해미순교성지 순교자의 묘에 이르는 1.5㎞ 구간에 조성된 '십자가의 길'에는 성지순례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이 길은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리기 전에 걸었던 14개의 고난의 길과 맥이 통하는 길이다.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가면 예수 고난의 행군 길에서 기도하는 14곳의 장소가 있다. 예수님이 사형선고를 받은 곳, 처음 십자가를 지신 곳에서부터 예수님의 무덤에 이르기 까지 14곳을 따라서 순례하며 기도하는 순례프로그램이 인기이다. 이곳 서산에도 이런 14개의 기도처가 있다. 바로 이 첫 번째의 기도처가 바로 해미읍성에서 시작한다. 이 기도처 표지 석을 따라서 성지순례 여행을 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해미읍성
서산 해미읍성은 1416년 예산 덕산에서 충청병마도절제사영이 서산으로 이설된 뒤, 1652년 청주로 옮겨 가기 전까지 약 230여 년간 군사권을 행사하던 거점성이다.
그러나 조선 후기에는 군사 전략에서 수도 방비의 개념이 부각되면서 병영이 청주로 이설되었고, 읍성에는 해미현의 관아가 옮겨졌다. 서산 해미읍성이라는 명칭도 이때 개명된 것이다. 읍성의 둘레는 약 2km, 성벽 높이는 4.9m, 상부 폭은 2.1m다. 문은 출입구이자 남문인 진남문, 동문(잠양루)과 서문(지성루)이 있다. 성곽의 밑돌에 지명을 써놓은 것을 보면 당시 공사실명제를 도입했던 것 같다. 옥사는 두 채의 건물이 있는데 각각 3칸 방이 있고 마당에는 고문을 하던 장비와 문 밖에 회화나무가 있는데 이 나무에 매달아 놓고 고문했다. 천주교 신자들이 국사범으로 규정되어 투옥하던 곳이다.
우리나라 3대 읍성은 전북 고창읍성, 순천 낙안읍성, 서산 해미읍성이다.
해미읍성은 군사기지 역할을 하면서 천주교 신자 박해를 하였던 곳이다.
낙안읍성은 성 안에 민간 가옥이 많은 마을을 방어하기 위한 것으로 군사적으로도 방어 시설이 잘 구축된 곳이다.
답사 시詩
오월의 푸른 하늘 아래
초록 물결 넘실대고
산에는 신록이
들에는 무논 갈이,
아름다운 강산에 젖어
꿈에도 그리운 이 조국 사랑스러워라!
당나라와의 무역기지였던
서산 땅에 이르니,
옛 선조들의 발자국 소리
들리는 듯하고,
넓디넓은 보원사지,
어디로 갔는가?
그립고 그립도다!
살아있는 듯 움직이는 마애삼존불에
어느 누가 상처를 냈는지,
그 아픔이 천 년을 가도다!
열다섯 정순왕후 꽃가마 타고 가는
연정이 눈에 어리고,
해미읍성에 이르니 밤낮으로
천주교 신자들의 아우성,
죽어가는 소리가 여우 우는 소리요
회화나무만이 아직도 못잊어
못잊어 울부짖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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