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영섭 글 중에서
작성 : 승훈이 2015/03/05 15:39:14
Hit : 324 , Vote : 9
당신과 영원히 함께 사는 법
당신과 이 세상에서 만나고 끝나지 않을 방법을 알았어요
사람들은 다시 태어난다면 어떻게 하겠다고 다짐하지만
나에게 그런 다짐은 필요 없게 되었어요
나는 이 세상에서나 저 세상에서나 당신과 함께 있을 테니까요
잘못된 가정이지만, 만약에 당신이 먼저 저 세상으로 가신다면
가시는 날 나는 가위로 당신과 나 사이에 있는 시간의 줄을 끊어놓겠어요
그러다가 우리가 하늘 아래 어느 구름에선가 만나는 날이 오면,
그때에 끊어 쥐고 다니던 시간의 줄을 다시 잇겠어요
시간의 줄을 끊는 순간, 우리 둘 사이에는 시간이 없어졌기 때문에
우리의 모습은 변치 않을 터이니 잊혀지지도 않을 거예요
마음도 변치 않을 것이니 혹시 지나쳐도 모르는 척 하지도 않을 거예요
당신과 영원히 함께 살 방법을 알았으니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어요.
- 차영섭 -
하늘은 편지를 씁니다
하늘에다 땅에다 물에다
그림으로 소리로 형상으로 편지를 씁니다
구름을 바라보면 몽실몽실
온갖 몸짓을 하며 청운의 꿈인가요
읽어 달라 애원을 합니다
온갖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귀뚜라미 우는 소리, 귀뚤귀뚤
막힌 내 귀를 뚫어 깨달으라고 울어쌉니다
고개를 숙인 해바라기꽃이며 할미꽃
풀잎에 맺힌 들꽃이며 꽃과 나비의 만남은
무슨 말씀입니까
당신의 편지를 깊게깊게 생각하면
어렴풋이 알 듯 말 듯하지만
울렁이는 내 가슴을 아시나요
당신의 편지는 사랑의 편지입니다
당신의 편지를 받으면 나는 사람이 되고
받지 못하면 나는 하게 됩니다.
하늘에서 온 편지 / 차영섭
사람이 사람을 사랑해야 한다(1~2)/손계 차영섭
1,
며칠 전 새벽 운동을 하는데
갑자기 그 친구가 생각이 났다
나에 대해서 고마운 말을 했다는 이유 하나로
나는 핸드폰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새벽 운동을 하는데 해가
동산 위로 올라오려고 하오
공기가 상큼하고 기분이 좋은데
친구 생각이 나는 구려
부인과 함께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되소서”
답신을 받았고 그 친구와
생전 처음 마음을 주고받은 것이라
소중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 둘의 마음 밭에 아름다운 꽃씨를 뿌렸다
2,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조차 모르는 사람들은
사람으로 태어났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너무나 큰 인연임으로
사람처럼 산다는 것이 어찌 보면 부질없는 짓이니까
너무 많은 욕심을 부리고 너무 많이 소유하려 하며
그러다가 죽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니까
서로 사랑하면 이득이 배요, 서로 미워하면 손해가 밴데
알면서도 못하는 어리석은 자들은
무엇을 하면 할수록 어리석어지니
오로지 한 길, 그것은 사랑이란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특별한 애정이 아니라
일반적인 관심이다. 어느 대상이 아니라 널리 보편적인 것이다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봄 싹처럼 생명의 바람이 불어
마음만으로, 말이나 글만으로, 관심만으로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행복해 질 수 있다
별빛보다 빛나는 사랑을 나눌 수 있다 생명이 있는 그날까지
삶은 오늘 같은 것 글/차영섭
태산 하나를 통째 채로 거르면
사금砂金은 얼마나 나올까
동해의 조가비 전부를 입 벌려보면
진주는 몇 개나 나올까
축구 선수가 연습 슛 몇 번을 해야
시합 슛 하나가 성공할까
책 고랑 몇 줄을 파봐야
진리 하나를 깨달을 수 있을까
오늘을 살았듯이 산다는 것은
오늘의 합집합이려니,
그대여, 너무 힘 주지 말고
그렇다고 너무 슬퍼하지도 말고 살게나
삶 다운 삶
글 차영섭
풀이
봄 여름에는
풀잎도 나고 꽃도 피고
열매를 맺으며
왕성하게 살지요
가을이 되면
땅 위에 것은 사라지고
땅 속에 것인 뿌리만 남아
간신히 생명을 유지하지요
사람의 생명도 풀과 같습니다
풀의 봄 여름 같은 삶이 있고
풀의 갈 겨울 같은 삶이 있지요
둘 다 생명이라지만
진실로 삶이란 것은 봄 여름을 말합니다.
봄 여름 같은 삶은
자기가 자기를 아는 순간까지의 삶이고
가을 겨울 같은 삶은
자기가 자기를 모르고 사는 삶입니다.
자기가 자기를 아는 삶은
거짓 나가 참 나를 인식하는(明) 삶이요
자기가 자기를 모르는 삶은
거짓인 채로 어둡게(無明) 사는 삶입니다.
거짓 나는 욕심이 앞을 가려 느낌이 둔하고
안개 속에 길을 걸어가는 인생길이고
참 나는 마음가짐이 맑음(淸)입니다
淸의 기준은 10의 -22승이며 이에 가까울수록
진실하고 미움 없고 공평하고
고요하며 평화로운 상태입니다
삶 다운 삶은 마음이 샘물처럼 맑게 솟아나오는 삶입니다.
마음과 몸의 관계
글 차영섭
몸은 생각하는 그대로 움직인다
생각과 말은 씨앗과 같다
스트레스 자체보다 대항 방법이 중요하다
긍정적인 대항은 창의력, 부정적 대항은 병을 키운다
몸이 하는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
병은 사랑을 갈구하고 있다
아픈 몸에 사랑을 주면 병은 면역력으로 변화한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여라
나는 내가 만든 것도 부모가 만든 것도 아니다
어떤 신비의 힘에 의해 필요해서 이렇게 만든 것
상상은 면역체계를 세우고 부러진 뼈도 붙게 한다
휴식은 세포들에게 베푼 나의 지혜다
명상으로 마음의 고요와 맑음을 찾아라
자신을 받아들이면 몸의 각 부위가 유기적으로 교류를 한다
병 치료의 핵심은 마음을 개방하는 것이다
긴장하면 내 몸의 세포들에게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것이다
이 상태가 오래 가면 약한 곳에 병이 생긴다
마음이 즐거우면 세포들이 흥이 나서 건강해진다
현재에 집중하면 마음이 맑아지고 평화로워 몸도 건강해진다
몸의 각 부위들과 긍정적인 대화를 하라
건강은 의사와 명상을 병용해야 한다
명상은 에너지를 집중하게 하고 내면의
고요한 세계를 만나게 한다.
초목을 보니 조롱조롱 꽃이 달린 게 있고
그렇지 아니한 게 있네
들풀이나 작은 나무는 꽃이 많은데
큰 나무일수록 꽃이 없네
가만히 얼굴을 맞대고 보니
꽃에서는 웃음소리가 들리네
웃는 초목은 꽃이 피는구나!
작을수록 잘 웃고 클수록 웃지 않는구나!
민초에 웃음이 많은 것이
영락없이 사람을 닮았는가?
웃으면 꽃이 피고
꽃이 피면 복福이 열려요.
꽃과 나비의 사랑 글/차영섭
나비는 겨울 내내
긴 사연의 편지를 써서
반으로 접어 깃발처럼 펄럭이며
꽃을 찾아 고샅고샅 날고,
꽃은 겨울 내내
꿈속에서 그리던 사랑을
환한 얼굴로 피어내고
애타는 마음을 향기로 피워
바람에 실어 날린다.
인생, 70%의 의미 /손계 차영섭
지구는 70%가 바다다
육지는 바다 없인 못 산다
사람은 70%가 물이다
지구를 닮았다
마음은 바다의 성질 같다
집안 살림의 70%는 사용하지 않는다
좋은 것과 나쁜 것이 7대 3 비율로 섞이면 괜찮다
하루 중 30% 일하고 나머지는 휴식이 좋다
성공이 70%, 실패가 30% 정도이면 잘한 편이다
어떤 일이든 70%에서 만족하면 행복하다
내가 쓴 글, 한 말, 그린 그림도 70% 만족하면 되겠다
가정에서 아내를 위해서 70% 정도 여유 두면 되겠지?
자동차, 자전거 바뀌는 70% 닳으면 교체한다
70%는 나를 위해서, 30%는 남에게 좋으리라
성경에서 7은 완전 수(數)다
하느님의 수 3에 이 세상의 수 4를 더한,
무지개 색도 7이요, 음악도 일곱음이다
70%는 성과 있는 편이고, 스트레스 없는 편이다
70%는 삼현일장(三顯一藏)에 속한다.
나무는 나이테를 그리며 자란다 글 차영섭
언제나 “그렇다”고
인정하면서 자란다
나무는,
하늘을 향하여 중심을 잡고
주의를 집중하면서
좋았던 일도
싫었던 일도,
언제나 “그렇다”고
동그랗게 동그랗게
동그라미를 그리면서
자란다 나무는,
한 번도 “아니오”라고
X표시를 해 본 적이 없다
내면을 성장시키면서
자라는 나무를 닮고 싶다
당신에게만큼은,
사랑은 꽃바람입니다
글 / 차영섭
사랑에는 추하고 아름다움이 없습니다
사랑에는 가깝고 먼 거리가 없습니다
사랑에는 높고 낮음이 없습니다
사랑에는 부귀와 빈곤이 없습니다
사랑에는 이념과 사상이 없고
사랑에는 때와 장소가 없고
사랑에는 밤과 낮이 없고
사랑에는 이성이 없습니다
사랑은 제 정신이 아니기 때문에
미쳐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오래 미치면 아주 미치니
사랑은 잠시 왔다 떠나가는 나그네입니다
미쳐있기 때문에 조건 없이 주고 싶고
미쳐있기 때문에 나를 버립니다
보이는 것도 없고 보이지 않는 것도 없고
무아지경에서 열을 앓고 있는 열중熱中입니다
미쳐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제 정신으로 돌아오면 허황된 것이 많지만
그래도 사랑 한 번 못해보면
자연의 섭리가 아닐 것입니다
사랑은 예술의 극치입니다
그림도 노래도 시도 연극도 삶도
그 시작과 끝은 모두 사랑입니다
괜스레 부는 바람이 아니라
사랑은 바람난 꽃바람입니다.
12월에 부치는 글 / 차영섭
12월이란 게 뭐냐
이게 없었다면 계곡물처럼 살다가
폭포수 될 텐데,
아래로아래로 내려
하늘에 오르는 물을 보라!
그러면 나이도 없어
나무처럼 살고
항시 푸르를 텐데,
본시보다 빠르게 늙어가고 있는 게야
사람들은
지금까지 의미를 부여했으니
이제부턴 헌 해고 새 해고 없이
모든 매듭을 풀어
물처럼 흘러보고
새처럼 날아보자!
푸른 창공으로,
마음에 자양분을 주면서
글 차영섭
책은 현미밥처럼 꼭꼭 씹어서 음미하고
독후감을 나눈다
영화를 자연 풍경같이 매주 관람한다
숲길을 걸으며 명상을 하고
자전거로 한강변을 달린다
짧은 드라이브와 긴 드라이브를
탁구처럼 서비스한다
시와 수필, 문인화, 해금을 켠다
아내와 세상사를 토론하면서 고요를 즐긴다
고요함(靜)은 자연의 본성이다
사람은 이 본성을 자주 잃음으로
자기가 스스로 보충해 고요를 찾아줘야
마음이 强해진다.
마음 정원
차영섭
마음은 자갈밭인가 봐
동그란 돌도 있고 모난 돌멩이도 있고
큰 돌도 있고 잘잘한 돌멩이도 있고,
마음은 풀밭인가 봐
꽃 피는 풀도 있고 못 피는 풀도 있고
빳빳한 풀도 있고 부드러운 풀도 있고,
자갈밭이면 채로 걸러야 해
풀밭이면 잡풀을 뽑아내야 해
그래서 아름다운 정원을 꾸며야 해.
참새떼 /차영섭
갈대밭 길을 산책하는데
상당 수의 토실토실한 참새떼들
갈대 아래 사이사이로 숨어 살더니,
오늘은 솔개 없는 날,
우르르 신바람을 타고
나무 가지가지 마다
감 열리듯 하다.
다시,우르르 제트기처럼 일시에
감들이 빠른 속도로
곡예 비행을 하는데,
연극을 관람하듯 유심히 보아하니,
한 번 회전할 때마다
대열에서 불쑥 새로운 리더가 나타나고
새로운 리더가 앞장 설 때마다
한 마리도 이탈함이 없이
벌떼처럼 리더를 따르는 忠.
만약에,이탈하면
어떤 벌칙이 주어지기에....
날개를 달고도 스스로 지키는 규율
그래서 존재하는 참새의 세상
이런 자율이 참새의 작은 가슴에도
꽃 피다니....
노을
글 차영섭
하늘이 울었나 봐요
눈동자가 빨갛잖아요
대낮엔 눈부시도록 화려하여
바라볼 수 조차 없더니만
이제 밤의 바다로 떨어지려 하니
허무한가 봐요
하루의 가을이 가면 노을이 지듯이
일 년의 가을이 가면 단풍이 들지요
인생의 가을이 가니 아아,
바라보는 내 마음이 하늘의 마음이고
노을 진 하늘의 마음이 단풍의 마음이네요
노을 빛은 세월을 먹은 빛인가 보네요.
사람이 산다는 것은
지혜인 것 같애
모래알 같은 작은 지
봄에 싹 나면 꽃에 벌들이 윙윙대고
여름 뙤약볕에 열렬히 열매를 키워서
가을이 되면 잎과 열매마저
다 주고 그저 주고
빈 몸으로 쓸쓸해지는 것
아직 나에게 찾아오는 사람 있다면
그것은 꽃에 꿀이 남아서
벌이 찾아온다는 이치이니
다행으로 알고,
내가 발가벗은 나목이 되었을 때
찾아오던 벌 나비가 사라진다고
섭섭해 하지 말라
생명체로서 주고 가지 아니한 게 있더냐.
지금은 2007년 5월 17일 오전 11시
죽은 철마가 살아나네
57년만에 다시 숨을 쉬며
꿈틀거리기 시작하네
쾌청한 날
남과 북 사람들의 마음처럼
하늘의 마음이 내려
우리들의 마음 속에 깃드네
군사분계선을 머리로 휘젓고
뒷발로 차며
천천히 조심스럽게
기관차가 달려가네
평화의 용틀임
통일의 용틀임
아, 주역의 용틀임
꽃다발을 서로의 목에 걸어주며
아름다운 미소가 햇살 부시네
살아난 철마처럼
꽃으로 피어날 꽃다발
화합의 싹이네
오늘은 개성까지
내일은 평양까지
모레는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세계를 향하여
철마는 달려가네
죽었던 철마가 힘차게 달려가네.
종소리 / 차영섭
송광사 종고루鐘鼓樓 종소리는
종소리가 아니라 울림이다
종을 치면 쇳소리가 종 안에서 얽히고 설켜
구름처럼 천둥소리를 만들어 낸다
만물이 생멸하는 모습을 닮았다
한 물체에 세세히 성령으로 파고들어
잔잔한 말씀이 은은하게
심금을 울리고 깨우친다
꺼질 듯 꺼질 듯이 다시 살아나는 음률이
웅~웅~ 마음에서 우러나와
아침 햇살에 넘실대는 은빛 물결같이
깊은 산속 다른 만물에게 걸어가고 있다.
단풍이 시집가네 / 차영섭
하늘에서 내려와
단풍옷 갈아입고
정수리에 앉네
한 발짝씩 내려오더니
시집갈라 보네
빨강 저고리에 노랑 치마를 입고
연지 곤지 찍네
가을바람가마를 타고
어디로 가시려 하는가
물거울에 울며울며 떠는 가슴
찬찬히 보고 있네
한 평생 살던 푸르름
그리운가 그리운가
타오르는 한 줄기 사랑이
부끄러운가 부끄러운가
내년 봄엔 오겠지
친정집에
연분홍 치마 입고
나풀나풀 오시겠지.
호박꽃과 벌 / 차영섭
코끼리 귀처럼 넓은 꽃
꽃술을 혀 내밀고 있다
꽃잎 위에 잠자리같이 떠
호박꽃에 구애를 한다
한참 후에 벌은 움칫움칫
깊은 사랑의 굴로 들어가고
호박꽃은 살며시 꽃잎을 오무린다
대낮에 신혼이다
땅강아지처럼 묻혔던 벌이
주섬주섬 노란 꽃가루를 입고
비틀비틀 사랑에 취해서
영광의 탈출을 한다
올해도 호박꽃이 피면
어김없이 호박벌이 찾아오고
사랑의 요람에서 이루어질 아늑한 합일!
나는 올해도 그 그리움을 기다리고 있네.
봄 방귀 / 차영섭
아빠 방귀는 뿌우웅 뿡~
엄마 방귀는 부우웅 붕~
아기 방귀는 뽕.. 가죽피리 소리
자랑삼아 멋 부린
아빠 방귀는 뻥튀기 냄새
참다참다 못 참은
엄마 방귀는 무슨 냄새?
시냇물 방귀는 뽀롱뽀롱~
새싹 방귀는 푸릇푸릇~
땅의 방귀는 아질 아지랑이~
봄에는 봄들에는 뽕뽕뽕~
방귀소리 새싹 돋는 소리
겨울 내내 참아서참아서
봄은 방귀를 뀌는가 봐.
나의 부끄러움을 몰랐네 / 차영섭
오늘도 산길을 걷는다
듬직한 나무의 몸을 끌어안는다
말 없는 바위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길 위에 발가벗겨진 나무 뿌리가 찡하다
새소리에 발길 멈추고 조용히 기다린다
계곡물에 입을 맞춘다
산의 몸으로부터 멀어질 때 뒤돌아보며
산과 그 친구들에게 감사의 절을 올린다
존경하는 데 즐거움이 있음을 느낀다
너를 긍정하면 나를 긍정하게 됨을 깨닫는다
오늘 이렇게 하여 즐겁고 보니
무심히 산을 올랐음에 부끄러움을 느낀다
강물이나 바다나 하늘을 바라볼 때에도
부끄러움이 없도록 하리라.
꽃과 사랑 / 차영섭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얼어붙은 흙속에서 가슴앓이를 해야 한다
사랑은 꽃과 같아서
꽃망울일 때 가장 가슴 벅차고
활짝 피면 즐겁다가
이내 떨어진 꽃잎은 허망하다
벚꽃 같은 꽃도 있고
들국화 같은 꽃도 있지만
지지 않는 꽃은 없고 꽃잎이 지면
나비도 찾아오지 아니한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가끔 봐야
그 미모와 향기를 지닌다
한 번 꽃으로 피어본 사람은
이미 가슴에 행복한 열매를 맺었다
도르래 / 차영섭
실패가 숨어야
성공이 나타나고
미움이 내려와야
사랑이 올라간다
오른팔을 뒤로 제쳐야
오른발이 앞으로 나아가고
달이 서산으로 넘어가야
해가 동산에 떠오른다
하늘은 반대되는 것을
도르래로 샘물을 긷듯이
오르내리고 있다
달이 차면 기울게 하면서
만물에게 그 뜻을 가르쳐 보여주고
보이지 않은 것들을 예견케 한다.
가만히 세상 속을 들여다 보니 / 차영섭
하루는 낮과 밤이 부단히 교차하듯이
인생도 기쁨과 슬픔이 부단히 이어져
웃을 일도 울 일도 아닌 듯 싶으오
자기 것이라곤 티끌만큼도 없
너무 큰 그릇에 꽉 채우면
하늘이 좋아하지 않음을 느끼겠고
그러하니 사람 산다는 것은
좋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고
나쁘다고 나쁜 것만도 아니어서
무엇이 좋고 나쁜지 알 수가 없으오
삶이란 바람 든 고무풍선 같아서
내가 풍선에 주는 힘과
세상이 풍선에 주는 힘에 불균형이 일어나면
결국 고무풍선이 터지고 마는 그런 것인가 보오
소망이란 것도 따지고 보면
소망일 때가 좋은 것이지
소망이 이루어진 후에는
그것이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고 보오
누구인지 몰라도 큰 눈이
세상을 고르게 만들기 위하여
보이지 않는 손으로 파도가 칠 때마다
바닷가 파인 모레밭을
반반히 고르고 있는 듯 싶으오.
바람 같은 사람 / 차영섭
가만히 있으면 공기요
움직이면 바람인가
그렇다면 공기 같은 사람보다
바람 같은 사람이 좋겠네!
때로는 칼바람
때로는 꽃바람
피리 속에선 피리소릴 내고
구멍 속에선 구멍소릴 내며
입술을 모아서 휘파람 소리
목구멍을 좁혀서 새소리
혀를 굴려서 바람의 덕으로 말을 만드는
실체도 없으면서 실체를 움직이게 하고
보이지 않으면서 믿음과 창조가 있는
신 같은 바람, 바람 같은 사람이여!
바람을 피우면 잘못된 신처럼 심술궂지만
바람을 일으키면 풀무처럼 무엇을 이루는
바람 같은 사람이여! 바람의 아들이여!
동그라미 / 차영섭
동그라미 그리면은
처음과 끝이 꼭 만나요
모나지 않게
마음을 부드럽게
달님이 낳은
이슬이 얼굴이 되어요
동그라미 위에선
올라가면 내려오고
내려오면 올라가요
앞뒤 좌우 높낮이도 없이
언제나 앞만 보고 살아요
구속 없는 자유 마음대로 굴러요
힘을 중심으로 모으고
언제나 처음처럼
새롭고 새로워요
동그라미 둘이 합하면 사랑이고
우아래로 서면
황금빛 8자운이어요
자꾸자꾸 동그라미 그리면서
동그랗게 생각하면
어느 한 군데 쪼그라듦이 없는
동그라미 닮아요
손에 손 잡고 춤을 추고
온 누리에 꽃이 피어요.
정이 들려면 / 차영섭
꽃이 지고
어린 열매가 열리면
가지를 붙잡고
한 평생을 살아야 한네
태풍이 불고
장대비가 내려도
끝까지 붙들고
손을 놓으면 아니 되네
참고 견디면
고요한 날이 오고
따스한 햇볕이 도와줘
모양을 갖추고
단맛이 들게 되네
정이란
참고 견디면서
미운 정 고운 정이
추억으로 익어가는 거라네.
동그란 마음 / 차영섭
동그란 마음은 깊고 넓습니다
바다처럼 우주처럼
그래서 하늘 마음입니다
동그란 마음은 걸리는 데가 없습니다
모난 데가 없어서
그래서 사랑입니다
동그란 마음은 밝은 빛을 냅니다
달이나 해처럼
그래서 희망입니다
동그란 마음은 머물지 아니합니다
잘 구르는 공처럼 지구처럼
그래서 가난하지 아니합니다
동그란 마음은 상처를 주지 아니합니다
찌를 침이 없어서
그래서 미움 받지 아니합니다
동그란 마음은 잘 열리는 문입니다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삐꺽 열리는
그래서 이해와 감사입니다
동그란 마음은 둥근 흔적을 남깁니다
나이테도 둥글고, 돌을 맞은 물의 파문도 둥글고
그래서 평등입니다
동그란 마음은 물입니다
돌멩이처럼 모나 지 않는
그래서 화합입니다
사람의 마음은 직선을 좋아하고
신의 마음은 둥근 것을 좋아하고
이것이 사람과 신의 차이입니다
이 중에 어느 하나
이 중에 추호만큼만 닮았으면 좋겠습니다
아, 그랬으면 얼마나 행복할가요!
여기 사람들 / 차영섭
여기 사람들은 참 친절해요
길에서 길을 물어보면
지나가다 돌아와서 곰살맞게 알려줘요
남. 여. 노. 소 가림없이,
산이든 들이든 길이든 집이든
참 인사를 잘 해요
먼저 보는 사람이 먼저 인사해요
이럴 때마다 내 마음은 봄을 맞아 얼음 녹 듯 했어요
곰곰 생각......, 저런 여유가 어디서 나올까
거기보다 생활이 풍족한 것도 아니요
거기보다 교육이 잘 된 것도 아닌데,
이렇게 좋은 맛도 있구나! 야릇하게
내가 기분 나쁘면 저렇게 얼굴에 꽃 피지 않을 텐데,
다시 곰곰 생각....., 마음의 여유일까
삶의 척도일까, 이 지방의 분위길까
물은 물이로되 같은 물이 아니로다
처음엔 그 사람이 먼저 인사하고
나는 서먹했지만
이제는 내가 먼저 인사하게 됐네.
꽃과 사랑/차영섭
한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얼어붙은 흙속에서 가슴앓이를 해야한다
사람은 꿀과 같아서
꽃망울일때 가장 가슴벅차고
활짝피면 즐겁다가
이내 떨어진 꽃잎은 허망하다
벗꽃같은 꽃도 있고
들국화 같은 꽃도 있지만
지지안ㅇ는 꽃은 없고 꽃잎이 지면
나비도 찾아오지 아니한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은 가끔봐야
그 미모와 향기를 지닌다
한번 꽃으로 피어본 사람은
이미 가슴에 행복한 열매를 맺었다
몸과 마음 / 차영섭
마음이 바쁘면
몸짓도 빨라지고
마음이 느긋하면
몸짓도 느려진다
마음 가는 데 몸 따라간다
몸이 아프면
기분이 나빠지고
몸이 좋으면
기분도 좋아진다
몸을 따라 마음도 간다
몸과 마음은
부부처럼
하나도 아니요
둘도 아니다
무엇이 먼저인지도
아리송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