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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수박 / 차영섭
열매 중에 제일 크지요
참 욕심이 많은가 봐요
너무 무거워서 위로는 자랄 수 없고
어차피 땅으로 길 수 밖에 없어요
나무가 되면 너무 넓은 곳을 차지하니
일 년생 풀로 살기로 하고
맨 처음에 호박과 수박은 약속을 했답니다
호박은 노란 껍질에 이랑을 파고
수박은 파란 껍질에 검은 줄을 치기로요
그렇게 해서 둘은 갈라졌습니다
그런데 살다 보니 호박 같은 사람들이
수박 노릇 하고 싶나 봐요, 어쩌죠?
아름다운 눈 / 차영섭
엄마가 아기를 바라보면
아기는 엄마 눈에 사르르 녹습니다
아기가 엄마를 바라보면
엄마는 아기 눈에 사르르 녹습니다
사르르 녹아서 아기는 엄마 되고
엄마는 아기 되어 하나가 됩니다
하늘에서 내린 눈이 사르르 녹으니
눈이라고 하는가 봅니다
아름다운 눈 속에선
모든 것이 사르르 녹습니다.
갓난 아기가 우는 까닭은 / 차영섭
어머님 뱃속에서 갓 태어난 아기는
큰 소리로 웁니다
울어보니 소리를 낼 수 있고
숨을 쉴 수 있고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것이 대견스러워
아기는 웃습니다
자면서도 싱글벙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다가 의심스러우면
다시 큰 소리로 울어봅니다
이것이 아기의 감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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